반도체 쇼크에 장중 2800 붕괴하기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7%가까이 하락
일본·대만 등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급락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코스피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속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하락 직격탄을 맞고 2820대로 주저앉았다. '반도체 쇼크'가 현실화되면서 아시아권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94포인트(0.67%) 내린 2824.3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805.64에 출발한 지수는 장 중 한때 2800선 아래까지 내려가며 하락을 이어갔다. 나스닥의 조정 속에 국내 반도체주가 하락한 탓이다. 다만 오후 대만 TSMC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냈다는 소식에 장 막판 지수는 2820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 TSMC는 2분기 순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한 2478억 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로 집계됐는데 이는 블룸버그 전망치 2350억 대만달러를 웃도는 결과였다.
이날 외국인은 3815억원을 팔며 2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팔아치웠지만 개인과 기관은 3760억원, 423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분위기는 뉴욕증시부터 좋지 않았다. 간밤 나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77% 하락한 1만 7996.92에 장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 지수도 1.39% 하락한 5588.27을 기록했다. 반면 금융주, 헬스케어주 등으로 온기가 퍼지며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 대비 0.59% 상승한 4만 1198.08에 장을 마쳤다.
특히 뉴욕에선 반도체 업종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는 6.62% 하락해 117.97달러로 마감했고, 어드반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10.21%), 브로드컴(-7.91%)도 하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을 검토 중이라는 블룸버그 보도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중 갈등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하락세에 힘을 보탰다.
지난 16일 공개된 블룸버그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모두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63% 내린 2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TSMC의 실적으로 막판 낙폭은 줄였다. 삼성전자도 장 초반 2%대 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막판 200원(0.23%) 상승한 8만6900원에 마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영향을 한국도 피해 가지 못하는 흐름이었다"며 "SK하이닉스 낙폭을 확대했으나 삼성전자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장 초반 낙폭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간밤에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모임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7% 가까이 급락하자 중화권을 제외하고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아시아증시가 반도체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일본의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모두 2%대 하락세를 보였고, 호주의 ASX는 0.32% 하락하고 있다. 이에 비해 홍콩의 항셍지수는 0.58%,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31% 각각 상승하고 있다. 이는 중화권 증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