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역내 무기 구입 비중 확대·韓 방위비 증액요구 '부정적'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피격 사건 이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내 방산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 지속되는 불안한 국제정세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사건을 기점으로 보수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실제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바이든 대통령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에 국내 방산업계도 아직 미국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과 그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가운데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방위분야 지출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취약한 방산 공급망 한계가 드러나는 등 독자노선에 물리적 한계가 존재해 우방국과의 협력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KODITS)는 "미국은 전 세계 무기의 40%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방산시장으로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리쇼어링 등을 통한 방산 공급망을 재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국가 간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들에 방위비 분담을 압박해왔다. 최근에는 NATO 가입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러시아 횡포를 더이상 막아주지 않을 것이란 엄포를 놓기도 했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강경보수파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낙점하면서 재집권시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유럽 내 국가들의 방위비 분담비율 확대는 국내 방산업계에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지속된 전쟁으로 인한 무기체계 소모량도 막대해 보충을 위한 무기 조달 수요는 물론 지정학적 긴장을 고려한 추가적인 비축 수요는 꾸준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방산 기업의 해외 수출 기회는 향후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NATO 방위비 중 무기구매비가 포함된 장비비 비중은 지속 증가 중으로 2019년 20%에서 지난해 30%를 돌파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NATO 국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이미 많은 무기자원을 소모했으며 이를 벌충할 방위산업기반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력이 약화할수록 한국 등 역외 국가로의 의존도가 높아져 중장기적으로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무기에 의존했던 국가들이 무기 수입국 다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 방산업체들에 긍정적이다. 실제 러시아 방산 수출 대상국은 2019년 31개국에서 2023년 12개국으로 축소됐다. 반면 지난해 한국 방산 수출 대상국은 12개국으로 전년(4개국) 보다 3배 늘어났다.
다만 EU집행위원회가 지난 3월 기준 20%인 EU 역내 무기 구입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올리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유럽 방위산업 전략(EDIS)'는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원칙은 한국도 예외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는 점도 우려요소다. 친트럼프 성향 인사들이 한국에 대해 방위비 증액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국 방위비 분담과 관련 "더 큰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인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재기용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