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방송4법·25만원법' 등 처리할 듯···필리버스터 장기화 전망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쟁점 법안 강행 처리 시도를 계속하는 가운데, 오는 25일 이들 법안을 의결할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방송 4법' 관련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우 의장으로서도 본회의를 열 명분이 생겼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이번에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원하는 '25일 본회의'를 우 의장이 수용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회에 또다시 전운(戰雲)이 드리우고 있다.
우 의장은 앞서 여야에 방송 4법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한편, 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중단하고 야당에는 법안 강행 처리를 중단하라는 '방송4법 중재안'을 냈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이사진에 대한 인사권이 정부 권한인 점을 들어 거부했다.
우 의장의 '협치 노력'을 국민의힘이 걷어차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민주당과 우 의장 모두 본회의 강행에 대한 부담을 일부분 덜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 의장은 중재안 수용을 거부한 국민의힘을 향해 지난 19일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답은 들었는데, 정부의 답은 듣지 못했다"며 "인사권을 가진 정부가 답을 하라"고 공을 넘겼다. 우 의장은 23일까지 정부 입장을 지켜본 뒤 향후 본회의 날짜를 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가 열리면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방통위원 4인 이상이 출석해야만 방통위 회의를 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및 방통위법)',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인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전국민 25만∼35만원 지원법)',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을 연달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법안은 모두 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정부·여당의 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관련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은 지난 3~4일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막고자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바 있는데, 불과 3주 만에 22대 국회 두 번째 필리버스터가 열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의장과 함께 오는 25일 방송 4법과 불법 파업 조장법(노란봉투법), 현금 살포법(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 등을 상정하면 필리버스터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필리버스터를 대비해 상임위원회별로 신청자를 받으면서, 의원들에겐 다음 주 일정을 비우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으로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고, 24시간 뒤에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종료된다. 민주당이 25일 본회의에서 방송 4법,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 외에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 처리도 시도할 경우 무제한 토론 정국은 일주일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무제한 토론이 끝나면 안건을 바로 표결해야 하므로 108석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25일 본회의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 국면은 인사청문회 정국이 겹치면서 극에 달할 전망이다. 22일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 22·24·25일에는 노경필·박영재·이숙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24∼25일에는 거야가 낙마를 벼르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