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韓 증시서 ‘셀 코리아’…美 대선 막판까지 변동성 확대 우려
상태바
외인 韓 증시서 ‘셀 코리아’…美 대선 막판까지 변동성 확대 우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7.22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대형주 차익실현하고 2차전지도 던진 외국인
"바이든 사퇴에 코스피 2650선까지 추가하락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증권가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선에 무게를 둔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져 코스피지수가 265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그 동안 많이 오른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코스피가 2800선 아래로 내려앉은 상황. 전문가들은 대선 직전까지 불확실성이 더 커질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재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의무를 다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 국가와 당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107일 앞두고 도전을 공식 포기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로 새로운 후보가 부상할 순 있지만, 정황상 민주당이 트럼프의 승기를 꺾긴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은 트럼프 재선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수익률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코스피가 빠르게 하락하는 과정에 있어 하단을 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은 미국 대선 직전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 현재 코스피지수(2795.46)는 시장가치와 장부가치가 같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데, 여기서 추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9배인 2650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피는 2795.46에 거래를 마쳤다. 한 주 동안 2.15% 하락했고, 지난 4일 2800선을 돌파한 지 12거래일 만에 다시 2700대로 내려앉았다.

외국인이 한 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9146억원어치의 주식을 팔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피200 선물도 1조7093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현물주식을 각각 9306억원어치와 13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 계기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 피격이다. 피격 이후 오는 11월 치러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증시에서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펼쳐졌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최근에서야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 조정이 나타나면서, 한국증시 주도주인 반도체 대형주들이 내려앉았고 이는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AI 테마를 주도하는 엔비디아로의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를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면서 가파른 랠리를 펼쳤던 SK하이닉스의 낙폭이 두드러진다. 지난주 10.09%나 빠졌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을 7278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최근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삼성전자도 1642억원어치 팔았다. 한미반도체도 지난주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순매도 규모는 923억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상승이 반도체 대형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제는 사퇴를 택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상황을 뒤집어보려는 욕심에 동맹국들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도 악재가 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6.81% 급락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대만을 향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갔다며 방위비를 더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반도체 섹터의 투자심리 악화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정부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 2차전지 관련 종목들도 외국인 순매도의 대상이 됐다. 외국인들은 한주 동안 LG화학과 삼성SDI를 각각 1484억원어치와 779억원어치 팔았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2차전지 테마에 있어 호재로 인식되던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차 전지·신재생 에너지 테마 관련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며 "또 대규모 감세 정책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예상되면서 안정됐던 국채 금리가 재차 오른 점도 코스피가 하락 마감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정적자·관세 부과 등 실현 가능성 높은 위험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트럼프 후보로 인한 변동성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재집권이 시장에 미칠 긍정적 요인도 있을뿐더러, 2분기 실적 발표가 증시 반등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당시 증시를 되돌아보면 정책 리스크가 증시의 하방 압력으로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라며 " 당선 초기에는 경기 개선 사이클이 시작된 가운데 세율 인하를 기대하며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2000p에서 2600p까지 오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