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3%p↓·과세표준 구간 단순화해야"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적 여건 악화 등 복합 위기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돼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는 법인세제 등을 개선해 기업 경영에 숨통을 틔워 경쟁력 제고를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최근 정부가 기업 세제 개편에 착수하고 재계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요청했지만 입법 권력을 쥔 야당의 반대를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24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 24%에서 21~22%로 낮출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경쟁국 기업보다 불리하지 않은 세제 환경에서 경쟁하며 기업 가치를 높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세제 환경은 경쟁국 대비 불리하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를 웃돈다. OECD 내 한국의 법인세율 순위도 지난 2013년 23위에서 지난해 11위까지 상승했다. 전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율 인하 흐름이 이어진 반면 우리나라는 역행한 셈이다.
최동용 자유기업원 연구원은 "법인세는 경제성장과 기업경쟁력 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과도한 법인세 부과는 저임금, 투자 배당금 저하로 소비자가격 상승 등을 유발한다"며 "한국도 법인세율을 낮춰야 해외투자유치효과가 나타나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1%포인트 낮추는데 그쳤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법인세 감면 방안을 검토 중에 있지만 야권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율 1%포인트 인하시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가 3.9% 증가하고 실업률은 0.56%포인트 감소하며 투자·고용 확대로 인한 기업성장으로 법인세수는 6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7.5%에서 24.2%로 인하하자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주요 기업들은 투자 집행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당시 52조5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상장기업 투자액은 2010년 65조2000억원으로 반등한 것이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 등으로 이탈하는 대(對) 중국 투자자금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서도 법인세 부담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7년 미·중 갈등이 발발한 이후 6년간(2017~2022년) 중국에 대한 그린필드 투자는 직전 6개년 대비 1697억 달러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246억달러↑), 일본(166억달러↑), 싱가포르(92억달러↑), 대만(90억달러↑) 등 아시아 주변국 투자는 크게 늘었지만 한국에 대한 투자는 161억달러 감소했다.
이를 두고 임동원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에서 빠져나온 투자자금이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변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이탈 자금 투자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도 법인세 완화를 통한 투자매력도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연구위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해 기업경쟁력 제고와 투자유치를 도모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과도한 누진과세를 완화해 과세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1%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현재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