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특검 등 거야 '입법 독주' 협상력 시험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정치 신인'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결선 투표 없이 '한판승'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변화를 기대하는 당심이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 재정립을 비롯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 수습, 야권발 각종 특검법 등 파상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정치력 등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정 관계' 재편 선언…'국민 눈높이'로 尹과 맞서나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한 대표가 여당 대표로 확정되면서 당정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대표는 24일 오전 첫 당무 일정으로 국립현충원 참배 후 방명록에 "더 경청하고 더 설명하고 더 설득해서 국민의 마음을 얻고 함께 미래로 가겠다"고 적었다.
앞서 한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심 등을 언급하며 당정 관계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승리가 확정된 이후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은 오늘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하셨다"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한 과제로 민심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 외연 확장 등을 꼽았다. 대다수 현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중 '국민 눈높이'와 관련해 "국민의 마음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내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민심 이반 상황에 대한 극복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지휘하면서 여러 차례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당정 관계 악화에 대한 일부 우려에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합리적인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일성으로 '당정 관계의 수평적 재정립'을 공언하면서 향후 당 쇄신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재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당권을 넘어 차기 대선을 넘보는 한 대표인 만큼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선다면 당정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폭로전'에 상처 뿐인 승리…당내 '갈등 봉합' 관건
한 대표가 예상대로 결선 투표 없이 당 대표를 확정했지만, 치열했던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후폭풍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실제 선거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지원을 받았던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 등은 전당대회 초기부터 한 대표를 향해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등을 고리로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후보들은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 관계를 겨냥, '배신자 프레임'과 여론조성팀 의혹 등을 꺼내 들며 한 대표를 압박했다.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등도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한 대표도 나경원 후보에 대한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폭로로 네거티브 선거전에 가세,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당내 중진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한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당대회 경선이 후보들 갈등에 그치지 않고 계파 갈등 양상으로 흐르면서 당내 화합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당내 세력이 미미한 한 대표가 거대 야당에 맞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단일대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과열됐던 선거를 뒤로하고 후보들에게 손을 내밀고 계파 갈등을 최소화한 탕평 인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 대표가 강조하는 당정의 수평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실과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野, 특검 등 '입법 독주' 본격화…'방송4법' 첫 시험대
'여소야대' 구도 속 야권의 '입법 독주' 대응도 한 대표의 산적한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윤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 등을 필두로 대여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한동훈 댓글팀 운영 의혹' 등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의혹들도 야권의 공세 빌미가 되고 있다.
야당은 기존 입법 강행과 함께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후보들의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한동훈 특검법'의 경우 한 대표의 댓글팀 운영 의혹과 맞물려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실제 야당은 한 대표가 당 대표로 첫 일정을 시작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한동훈 특검법 안건을 상정, 심사를 시작했다.
첫 과제는 '방송4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대응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25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 처리를 예고했다. 특히 방송4법 처리에 반대하는 여당은 해당 법안이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을 저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한 대표는 소수 여당 대표로서 거대 야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협상력 등 정치력을 발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