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美도 어닝시즌 ‘곡소리’…경기둔화 우려에 힘 받는 금리인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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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도 美도 어닝시즌 ‘곡소리’…경기둔화 우려에 힘 받는 금리인하론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7.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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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만에 분기 역성장...기준금리 인하 항박 커질듯
반도체 제외 대형주들 실적 줄하향..."긴축이 경기 냉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내수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 2분기 한국경제가 전분기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1년 6개월만에 성장률이 뒷걸음질 친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 증시도 계속 후퇴중이다. 기업 실적시즌이 구원투수가 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대형주들의 실적이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경제 지표가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론이 더욱 힘을 받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개분기 연속된 플러스 성장 흐름이 깨졌다.

이는 1분기 ‘깜짝 성장’(1.3%)을 달성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황 속에선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한편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종목 등을 제외한 기업 실적들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하반기 경기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제외한 국내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지난주 말)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273개 상장사 중 49%에 해당하는 134곳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개월 전 대비 하향 조정됐다. 반면 상향 조정된 곳은 112개사로 41%에 그쳤다. 증권가는 국내 2분기 실적 시즌 역시 반도체, 자동차 기업들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2분기 매출액 74조원, 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내놨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예상치였던 8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깜짝실적'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확정 실적 발표에서 공개된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의 경우 매출 28조원, 영업이익 6조원대를 추정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도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조468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2조8821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6년만에 5조원대 영업이익이다.

반면 2차전지, 인터넷, 화학, 정유 업체들의 실적 눈높이는 낮아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앞서 지난 8일 2분기 실적을 내놓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한 1953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포스코홀딩스와 삼성SDI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한 달 새 각각 4.1%, 11.6% 하향 조정됐다. 인터넷 대장주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이 기간 각각 9.5%, 3.2% 하향 조정됐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의 가늠자가 되어 온 미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테슬라, 구글 등 일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 결과가 투자자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28.61포인트(2.31%) 떨어진 5,427.1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54.94포인트(3.64%) 급락한 17,342.4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4.22포인트(-1.25%) 하락한 39,853.87에 마감했다.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표 내용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날 12.3% 급락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한 AI 투자가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은 데다 유튜브 광고 수익이 기대를 밑돌면서 이날 5.04% 하락했다. 엔비디아(-6.8%), 메타(-5.6%), MS(-3.6%) 등 다른 대형 기술주들의 낙폭도 컸다.

이런 가운데 그간 일관되게 매파(통화 긴축 선호) 목소리를 냈던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7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에 따른 경기 냉각이 가시화되고 있고, 자칫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더들리의 경고는 미국의 경기 침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칼럼 기고문에서 “나는 그간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유지해야 한다는 편에 서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고, 견해를 수정했다”며 “연준이 되도록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디.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더들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를 6%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매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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