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최고세율 50→40% 낮추고 과표 조정
종합부동산세는 '근본적 검토' 이유로 빠져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과세표준(과표)과 세율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최고세율이 50%에서 40%로 10%포인트(p) 인하되면서 세 부담이 대폭 완화되고, 상속세 자녀 공제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상향해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다만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경우 이번 세법 개정안에 넣지 않으면서 한발 물러섰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범석 1차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기재부는 경제 역동성, 민생경제 회복, 조세체계 합리화, 납세자 친화적 환경을 4대 목표로 총 15개 법률(내국세 12개·관세 3개) 개정안을 마련했다. 14일간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세법개정안은 향후 5년에 걸쳐 약 4조4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 투자 촉진 등의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25년 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상속·증여세 과세 표준과 세율을 바꾸기로 했다. 과세표준상 최저세율(10%)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한다. 또 최고세율인 50% 구간(30억원 초과)은 없앤다. 따라서 최고세율은 40%로, 과세표준은 10억원 초과로 각각 낮아지게 된다. 정부는 과표 조정 대상 인원을 8만3000명, 최고세율 인하 대상 인원을 2400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은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특히 배우자 공제(5억원~30억원), 기초공제(2억원) 등과 합산할 경우 유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와 관련해 아무래도 '부자 감세'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렇지만 상속세가 25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자산 수준이 많이 올라왔고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부자들에 대해 감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상속세가 기업 승계와 우리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제약이 된다는 것을 (국회에) 잘 설명드릴 것"이라며 "저는 (여야 간) 접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저출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결혼·출산·양육 단계별 세제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정부는 혼인신고 시 인당 50만원, 최대 100만원 규모의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올해 혼인신고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적용되며 생애 1회에 한정해 적용된다.
결혼 가구의 주택마련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지원도 확대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총급여액 7000만원 이하 무주택 근로자에게 납입액 300만원 한도에서 40%를 소득공제해 주고 있다.
이 밖에 신혼부부 1세대 2주택자 세제 특례,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 지원 확대, 자녀세액공제 확대(첫째 15만→25만원·둘째 20만→30만원·셋째 30만→40만원) 등 기발표된 조치들도 세법개정안에 담겼다.
다만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경우 이번 세법개정안에 넣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근본적인 개편을 하려다 보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다"며 "그런 부분을 검토해서, 검토 결론을 저희가 세법에 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담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