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실시한 지 10년여이지만, 참여 응급의료기관 수는 47%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모양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시도를 하다 응급실로 실려 온 이는 3만66명에 달한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해 시도율은 84.4명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이같이 자살을 시도한 이들이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전개했다. 사업자 등록 병원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해당 병원 의료진과 자살 시도 후 응급실로 실려 온 이들에 대한 협력치료에 나선 것이다.
병원을 퇴원한 자살 시도자에 대한 상담 등 사후관리도 도맡는다. 꾸준한 전화와 방문 상담을 통해 이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문제는 해당 사업 확장성이 자살 시도 증가 추세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만2572명이던 자살 시도자 수는 2022년 2만 6538명에서 2023년엔 3만665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병원은 69곳에서 80곳, 지난해에는 85곳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전체 응급의료기관 180곳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자살을 시도한 이가 응급실에서 퇴원한 후 꾸준한 상담을 받기도 어렵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살 시도자에 대한 최초 심리 상담 담당자 수는 226명에 그친다. 이 중 181명은 비정규직이며 평균 재직 기간은 27.7개월에 그쳐 3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사전상담전화 연결 역시 어렵다. 서울시 ‘자살 예방 상담 전화 응답률’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센터를 통해 상담받은 수는 43.2%에 그쳤다. 2021년 51.4%로 50%를 넘겼으나 2022년에는 42.4%, 올해는 41.6%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심리지원 및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는 하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수화기를 든 2명 중 1명은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셈이다.
자발예방법 제13조를 근거로 설치된 해당 센터는 2019년 3월부터 명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센터 자살 예방 전화는 상담사 12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운영된다. 응답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으나 센터 일 평균 상담 근무자 수는 2021년부터 6명에서 멈췄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살예방센터 등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도 이들이 자살을 시도하게 한 환경을 만든 책임이 있기에 예산을 보강하고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복수의 전문가는 “정부가 위원회(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출범해 2027년까지 100만 명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이것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잘못된 선택을 내리기 전 사전 예방책(교육이나 상담)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자살 시도자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후관리 체계를 더 탄탄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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