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지난 25일 국회 재표결 끝에 부결, 자동 폐기됐다. 국회로 되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이 폐기된 것은 지난 5월 28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15번째가 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처음이다.
재의요구권은 의결된 법안에 다시 한번 심의해달라고 요청하는 권한이다. 재의요구권 행사는 입법과 행정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남발할 경우 삼권분립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도, 후퇴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거부권 행사를 최소한으로 활용했다. 민주화 이후를 기준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7회 △노무현 전 대통령 4회 △이명박 전 대통령 1회 △박근혜 전 대통령 2회 순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 집권 3년차에 이미 15번 거부권을 행사했다. 만약 한 번 더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를 합친 것과 동일해진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당한가' 생각해보면 마냥 수긍하기 어렵다. 채 상병 특검법과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그 예다. 해당 특검법은 각각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과 김 여사가 포함된 사안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가족·친인척의 비리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나 특검을 거부하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가족을 감싸며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거부권을 '가족 방탄용'으로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이 두 법안의 경우 '찬성 여론'이 우세한 만큼 윤 대통령이 가족 방탄을 위해 민심을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방송4법)'에 대해 "국회에서 나오는 우려를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바 있다.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아 역대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따라잡은 윤 대통령, 역사의 평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