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 1.3% ‘깜짝 성장’보다 0.2% 감소하며 뒷걸음쳤다. 한국경제가 2분기에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감소하면서 2022년 4분기 -0.5% 이후 6분기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25일 발표한 ‘2024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1분기 1.3%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출항목별로 살펴보면 민간 소비는 지난 1분기보다 0.2% 감소했다. 교육 등 서비스 소비가 소폭 증가했으나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가 부진했다. 반면 정부 소비는 물건비를 중심으로 0.7% 증가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주거용)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면서 1.1%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가 늘었으나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가 줄어 2.1% 줄었다.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9% 증가했으나 동시에 수입도 원유,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증가하면서 1분기 성장을 견인했던 ‘순 수출(수출-수입) 성장 기여도’는 –0.1%로 떨어졌다.
지난 1분기 1.3%로 ‘깜짝 성장’이라며 놀랍게 받아들였는데 석 달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한 것이어서 기저효과가 있고 상반기 전체로는 전년도 동기 대비 2.8% 성장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지만 1년 6개월 만의 마이너스 성장이어서 심상치가 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1분기에 견줘 경제지표 전반이 감소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순 수출 성장 기여도 –0.1%↓, 민간소비 -0.2%↓, 설비투자 –2.1%↓, 건설투자 –1.1%↓ 등이 뒷걸음질 치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반도체 수출을 빼면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는 내수 위축의 영향이 큰데다 기저효과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수출 증가세는 계속 이어갔지만, 수입은 오히려 급증해 성장률 기여도가 반감됐다는 분석이다. 1분기에 1.3% ‘깜짝 성장’을 하면서 2분기에는 잘해야 ‘제로 성장’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행히 이날 한국은행은 2분기 –2% 역성장에도 연간 성장 전망치 2.5%는 유지했고, 상반기 성장률은 2.8%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았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악재’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기업의 투자심리가 얼어붙는 건 피하기 어렵다. 가계 부채가 민간 소비를 짓누르고 과도한 정부부채로 인해 재정 동원 여력도 제한돼 있다. 내수 경기를 자극하려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지만, 환율과 인플레이션 및 가계 부채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게다가 세수 부족으로 1∼5월 재정적자가 74조 원이나 된다. 역대급 세수 결손이 있었던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도 적자가 21조 9,000억 원 늘었다. 국가채무 또한 5월 기준 1,146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설상가상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영향까지 겹쳐 실질 국내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3%나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현 상황에서는 연간 전망치 2.5%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일하게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 수출 호황이 용케 내수 부진을 메워왔지만, 수출 호조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내수 부진이 가파르게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곤두박질치는 소비와 투자를 되살릴 수 있을지에 올해 한국경제 성적표가 달린 셈이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 부진의 암울한 그림자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게 상식이자 교과서적이지만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세 수입이 덜 걷히다 보니 여의찮은 상황이다.
금리 인하론도 힘을 받고 있지만 외려 환율과 집값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은 적정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적기를 포착하되, 신중하고 정교한 판단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왜냐면 현재의 내수 부진은 고금리로 인한 결과보다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쏠리기 때문이라 게 설득력을 얻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시 부동산을 자극할 위험이 더 크고 내수 회복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상황은 더욱 녹록하지 않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진 만큼 내수 위축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7월에 95.1로 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수출 시장은 뜨겁게 달궈졌지만, 민생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반도체산업의 활기가 가계 소득과 연결되지 않고, 수출 증가가 설비투자·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빚에 묶인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용시장도 안 좋다. 직장 폐업과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비자발적 실직자’가 5개월(2~6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 ‘비자발적 실직자’는 123만 7,000명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6.9%인 17만 9,000명이나 증가했다. 15∼29세 청년층 ‘비자발적 실직자’도 22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8%인 3만 4,000명이나 늘었다. 영세 자영업 위기, 건설 경기 침체 등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굳게 잡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원인이 된 내수를 뒷받침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정부 지출은 올해 총 561조 8,000억 원을 쓸 계획인데 신속 집행으로 이미 상반기에 63.63%인 357조 5,000억 원의 재정을 당겨 집행했다. 재정적자와 세수 결손도 걸림돌이다.
통화정책 역시 심상찮은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에 운신의 폭이 좁다. 환율 리스크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형국이다. 재정과 통화정책, 양대 수단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결손이 큰 상태라 추가경정예산을 짜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10조 원대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무겁고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고금리의 여파로 소비와 투자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금리를 인하하거나 재정을 풀지 않으면 내수는 더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의 2단계 시행을 9월로 연기한 데다 환율만 놓고 봐도 당장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내수를 중심으로 위축된 만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합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어서 어렵겠지만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정부는 시중에 쌓인 돈이 소비와 투자로 흘러갈 수 있도록 과감한 소비 촉진책과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를 본격적인 회복 궤도로 올려놓으려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고 투자 의욕을 북돋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모래주머니’ 규제를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의 계획된 투자가 집행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속히 걷어줘야 할 것이다.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사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 혁파에 기반한 경제 체질 개선과 고효율을 담보하는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한국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 확보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글로벌 무역을 선도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전방위 지원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숨통이 꽉 막힌 건설 경기 진작 등 기존의 내수 활성화 대책을 뛰어넘는 적극적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본격적인 방학철을 맞이해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방안도 필요하다.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돈을 쓰게 유도하는 관광프로젝트도 절실하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 등 규제도 확 풀어 서비스 분야의 역동성을 높이고 민간 소비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