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 신났다…금융당국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 인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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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만 신났다…금융당국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 인상 압박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7.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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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조여라" 경고에 은행들 대출 가산금리 올려
당국 개입에 예대금리차만 확대…"이자장사 부추겨"
정부의 엇박자 대출 규제에 예대금리차만 벌어지며 은행들의 이자장사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앞에 걸려있는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엇박자 대출 규제에 예대금리차만 벌어지며 은행들의 이자장사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앞에 걸려있는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정부의 오락가락 대출규제가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국내 주요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올리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 속도 조절을 요구했기 때문인데,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이자이익'을 누리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은행들의 '이자잔치'를 규탄했던 정부가 은행들의 이자를 불려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주 원인으로 '집값 상승'이 꼽히는 가운데, 그동안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왔다는 점에서 정책 '엇박자'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권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53%에 그쳤다. 지난해 말인 12월과 비교하면 0.30%포인트(p) 낮아진 수치로, 한은 기준금리인 3.5%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

최근에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달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추가로 더 내렸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 정기예금'의 금리를 지난 8일 연 3.50%에서 3.45%로 0.05%p(포인트) 내린 뒤 15일 연 3.40%로 0.05%p를 추가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쏠편한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3.47%에서 8일과 12일 각각 0.07%p(연 3.47%→3.40%), 0.05%p(연 3.40%→3.35%) 내렸다.

하나은행도 지난 9일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를 연 3.45%에서 연 3.40%로 0.05%p 인하했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금리도 이달에만 0.12%p 떨어졌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금리는 지난 12일 연 3.45%에서 연 3.43%로 0.02%p 하락했다. 이들 시중은행 외 지방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이달 예적금 금리를 하향조정했다.

은행 수신금리가 일제히 떨어진 것은 시장금리 하락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18일 3.333%로, 지난달 말(3.487%)보다 0.154%p 낮다. 지난 10일에는 은행채 1년물 금리가 3.300%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대출금리도 떨어져야 하지만 최근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올해 2분기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을 두고 금융당국의 경고성 발언이 이어지자 금리를 올려 대출 증가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이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과 18일 주담대 금리를 0.13%p, 0.2%p 각각 올렸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2%p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두 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0.1%p 올렸고 우리은행은 일부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0.3%p, 전세대출 금리는 0.25%p 인상했다.

예금금리는 떨어지는데 대출금리는 올라가면서 은행 수익의 기본이 되는 예대금리차도 확대되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 그만큼 벌어들일 수 있는 이자수익이 증가한다. 즉, '이자장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 기조가 예금과 대출금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기현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계부채 안정화 기조를 내세우면서 한편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며 다주택자 주담대 허용하고, 각종 정책성 특례대출을 출시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 시기도 오는 9월로 2개월 미루기도 했다.

특히, 가계대출 급증의 주된 원인으로 집값 상승이 지목되는데, 최근의 집값 상승은 정부가 관련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신호를 꾸준히 보내왔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까지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등 부동산 시장 규제 추가 완화 의지를 밝혀왔다.

은행권 관계자도 "금리를 조금 올리는 것만으로는 빠르게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에 한계가 있다"며 "결국 정부 차원에서 총량 관리 등 대출한도를 줄이는 고강도 방안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부동산 시장 부양 차원에서의 규제 완화 정책이 실패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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