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노란봉투법 줄대기…다시 '치킨게임'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야권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끝으로 '방송4법'을 단독 처리하자 여당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카드로 맞서면서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만큼 방송4법은 재표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아울러 야당이 내달 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추진을 예고하면서 여야 간 충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30일 오전 9시께 본회의에서 방송4법 중 마지막 법안인 EBS법 개정안을 재석 189인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EBS법 상정 직후 오전 8시 32분부터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결하고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법안 강행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로써 야권이 주도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포함한 '방송4법'은 엿새만에 모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방송4법은 방송통신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로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동안 여야는 방송4법 처리를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보였다. 여당은 방송4법에 대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언론 통제를 차단하는 '언론 정상화 4법'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실제 여야는 이날까지 법안 상정 강행과 필리버스터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해 야당의 입법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개최한 방송4법 강행 처리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 언론 노조와 한편이 돼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방송4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이들 법안을 재표결에 부쳐야 한다. 재의결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300명)의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 만큼 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간 쟁점 법안을 둘러싼 대치 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야당은 내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당론 법안인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법안 모두 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야당 주도로 상정될 것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방송4법처럼 여당의 필리버스터와 야당의 입법 강행,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