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개별적 매각 추진…직구 판매사 물건 회수 시작
법원, ‘자율구조조정’ 승인… 채권자만 11만명 이상 “협의 쉽지 않아”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가 구영배 대표의 큐텐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최근엔 큐텐 사태의 여파가 해외 직접구매(직구)에까지 미쳐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 받지 못한 미수금 등을 회수하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큐텐은 지난해 3월 지분 교환을 통해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하며 지분 100%를 보유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인터파크쇼핑과 도서, AK몰 등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완전한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기술개발 계열사 큐텐테크놀로지, 큐브네트워크 등에서 받지 못한 자금은 약 650억원이다. 대부분 미수금과 대여금으로,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에 인수된 뒤 첫 회계 기간인 지난해 3~12월 영업이익인 342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내용증명은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보낸 문서의 발송일과 내용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제도다. 통상 고소·고발이나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에서 내용 증명을 위해 활용된다.
티메프 역시 대형 투자사 등과 개별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며 큐텐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모기업인 큐텐의 지원만 기다리다가는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큐텐그룹 내 기업 3사가 자구책을 모색한 시점도 이와 맞물린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서 구 대표가 언급한 티몬과 위메프 간 합병도 양사 대표와 논의하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큐텐그룹 내 각자도생 분위기는 해외에서도 일어나 소비자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현지 판매사들은 판매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한국에 도착한 상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큐텐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도 구 대표 지우기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여파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상품은 물론 구매 대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명됐다고 밝힌 바 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거라는 우려에 구 대표를 손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편, 티메프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의 승인을 받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ARS는 채무자와 채권자 간 자율적인 구조조정 협의를 지원하는 제도로, 2018년 도입 이후 여러 기업이 이를 활용해 회생절차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티메프는 10만명 이상의 다양한 채권자를 보유하고 있어 협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원은 티메프에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했으며, 향후 협의가 무산될 경우 강제적인 회생절차 개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