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동결했지만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며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고용시장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연준은 현재 물가가 어느 정도 목표 수준에 근접했고 고용시장 과열이 식어가고 있다고 봤다. 파월 의장은 “2분기 물가 지표가 (물가가 내리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오르면서 전달보다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3.4%)보다 상승 폭을 줄였고 시장 예상치(3.4%)보다 낮았다.
미국의 불안한 고용 상황도 비펏(통화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6월 미국 실업률은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4.1%)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3.7%)에 비해 0.4%포인트 올랐다. 7월 민간부문 고용도 전달보다 시장의 전망치(15만명)를 밑돌았다. 고금리 장기화로 미국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여러 주요국들도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 금리를 내렸지만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중국은 지난달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를 5개월 만에 또 낮췄다. 전략적으로 엔저를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린 일본을 제외하고 경기 둔화 우려에 비펏(통화정책 전환)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경우도 경기둔화 우려에 피펏을 기대하는 시장의 목소가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달까지 12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고 현재 기준금리는 3.50%에서 유지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이 1년 반 만에 마이너스(-0.2%)를 기록하자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가계부채 증가세가 거세고 이 과도한 빚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준 발표 이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연 뒤 “물가 측면에서 피벗(기조 전환) 위험은 상당폭 낮아졌지만, 주택가격 상승폭 확대에 따른 금융안정 측면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7월 마지막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9주 연속 올랐고 수도권 아파트값은 45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섣불리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 이르면 타오르고 있는 가계빛과 집값 폭등세에 기름을 붓게 되고 너무 늦으면 경기 둔화 늪에 빠질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물가 안정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피벗 시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