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글로벌 경제 변동성↑, 24시 모니터링 체제”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최근 미국 증시에 ‘R(Recession)의 공포’가 드리운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 ‘프로그램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사이드카)’에 이어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하는 등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거래소는 5일 오전 11시에 5분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5% 이상 변동한 것이 1분간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이드카 발동은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락이 이유다. 발동 당시 코스비200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5.08%(18.65p) 하락한 348.05였다.
사이드카 발동이라는 악재가 발생한 이후 약 4시간 만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직전 거래일 8% 이상 하락하는 추세가 1분간 이어질 경우 매매 거래 중단을 하는 조치다.
한국거래소는 5일 오후 2시 14분 코스피가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폭락한 추세가 1분간 이어지면서 발동시켰다. 이에 앞서 오후 1시56분에는 코스닥이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 브레이커까지 발동함에 따라 이날 국내 증시는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77% 급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234.66포인트가 떨어졌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64.89p(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 시장의 우려를 불러왔다. 해당 수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 하락률인 3.65%다. 결국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대만 증시 등 아시아 증시 역시 급락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12.40% 하락한 3만1458.4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대만 가권지수 또한 폭락했다. 대만 가권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8.35% 하락한 1만9830.88로 거래를 마쳤다. 대만 가권 지수가 8% 넘게 떨어진 것은 2021년 5월 단 한 번 뿐이다. 이날 대만 증시 역시 TSMC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역대 최악으로 하락 폭이 컸다.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이런 혼란은 최근 연이틀 충격에 빠진 뉴욕증시에 기인한다. 지난 2일 다우존스 지수는 1.51%, S&P500지수 1.84%, 나스닥지수 2.43% 하락하며 전세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경기 지표가 시장 기대치보다 낮아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다.
미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을 기록, 시장전망치(48.8)를 하회했다. PMI는 기업의 신규주문·생산, 고용상태 등을 수치화한 것으로 50 이상이면 확장, 50 이하는 수축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4.3%를 기록해 시장전망치(4.1%) 보다 높았다. 지난달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4000명 늘어나 시장전망치(17만6000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따라 미국 월가에서는 R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내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15%에서 25%로 높였다. 지난 2일 발표된 7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고용 냉각이 경기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Fed가 올해 세 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JP모건과 씨티그룹은 이날 Fed가 9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0.50%p씩 인하하고, 12월 0.25%p 낮춰 연내 총 1.25%p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경제당국은 미국발 ‘R의 공포’에 따른 국내 증시 급락 사태와 관련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불확실성도 여전히 상존한다”며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 미리 설정해 놓은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확대간부회의에 앞서 열린 차관보 주재 컨퍼런스콜에서도 기재부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는 중”이라며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