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분상제·무순위청약… 폐지 아닌 개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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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분상제·무순위청약… 폐지 아닌 개선 방향은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4.08.0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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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도권 물량들에 최소 수백대 1 경쟁률
분양가 잡을 분상제 오히려 주변 집값 자극
분상제 시세 차이 줄이고 적용지역 확대 필요
집값을 잡으려던 분양가 상한제로 급격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로또청약’이 등장하면서 관련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집값을 잡으려던 분양가 상한제로 급격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로또청약’이 등장하면서 관련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지난 정부에 집값 안정을 위해서 도입됐던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적용 아파트들이 최근 공사비 및 집값 급등 등으로 인해 인근단지와 큰 가격 격차가 발생하면서 무순위 청약과 함께 투기를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민들의 저렴한 내 집 마련을 돕는다는 제도 취지가 퇴색되자,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도 청약제도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청약홈 접속자 수 700만명에 달해 홈페이지 접속이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접속 장애는 이날 당첨되면 20억원 이상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강남 분상제 단지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과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114가구 모집에 4만183명이 몰리며 352.5대 1로, 올해 가장 높은 특공 경쟁률을 기록했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의 경우 1가구 모집에 294만4780명이 신청해 역대 무순위 청약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해당 물량은 분상제 적용 세대로 공사비 및 인건비 급등하기 이전인 지난 2017년 당시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청약에 당첨될 경우 10∼15억원 수준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이러한 일련의 소동이 일자 저렴한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도입된 분상제가 오히려 로또청약이라는 이름으로 투기를 조장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1977년부터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해 분상제를 통해 신규주택에 대한 투기억제 및 분양가 상승을 막아 왔다. 이후 몇 차례 과열이 기미가 보일 경우 분상제 카드로 분양가를 통제해 왔다. 특히 지난 정부 임기 중반이었던 2019년 시장 과열을 이유로 서울 27개 동 민간 택지까지 분상제 적용을 확대하면서 해당 제도를 부활시켰다.

그럼에도 서울 지역의 집값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분양가 대비 최근 시세가 2배 이상 차이나는 지역도 발생했다. 특히 분상제로 공급이 위축되고 부족한 공급에 시세가 상승할 경우 이에 자극받은 무순위 청약 물량이 로또청약으로 등장해 투기를 조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을 세웠다. 국토부는 사전규격 공고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주택 건설 관련 기준 등을 현실성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만 아직 용역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으로 국토부는 상한제 구성 항목 조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 역시 분양가 안정을 위해서는 분상제를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상제를 ‘얇고 넓게’ 적용할 경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가 올라가면 주변 집값을 자극해서 집값이 따라 올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제어를 할 필요는 있지만, 지난 정부 시행한 분상제로 인해 시세와 분양가 사이의 과도한 괴리가 벌어져 청약이 로또처럼 됐다”라며 “가격 부담 없이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분상제를 적용한다면 주변보다 5~10% 정도만 저렴해도 가격 경쟁력 충분한 주택을 보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분상제 적용세대와 주변 시세 차이를 조금 줄이는 대신 분상제 지역을 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분상제가 적용되는 않는 지역의 분양가가 너무 오르고 있어, 분상제를 시세의 95% 수준으로 적용하고 적용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오히려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로또청약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 채권 입찰제를 도입을 해서 시세 차액 중 일정 금액을 채권으로 구매할 수 있다”며 “해당 채권으로 조성된 기금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기존 분양가 상한제가 청년·무주택자·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해택이 몰리는 경우가 많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있어 40~50대 무주택자 역시 동일한 해당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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