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고금리로 쓰러지는 소상공인들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사업자 폐업 신고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수 침체가 경기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소비 심리 위축이 심화된 탓이다. 정부의 ‘민생지원금’이 내수 진작의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주목받지만,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5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86만7292명이었던 전년 대비 11만9195명 증가했다. 폐업 사유는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1위였다. 내수 침체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소상공인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도 급증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폐업으로 인해 소상공인과 소기업에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7587억원이다. 전년 동기(6669억원)보다 13.7% 증가했다. 이중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공제금이 대부분인데, 7315억원으로 전체의 96.4%를 차지했다. 소기업 공제금은 272억원(3.6%)이다.
정부가 폐업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점포 철거 및 원상복구 비용 등을 지원하는 폐업지원금 지급액도 함께 늘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지원 사업에 올해 상반기 총 2만6298건의 신청이 들어와 그중 1만5000건에 대해 지원금이 지급됐다. 2022년(신청 2만4541건·지급 1만6323건) 한해 전체와 비슷한 수치다.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이 나빠지며 문을 닫는 점포가 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2024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로 상향했다. 당시 KDI는 지난해 상반기를 경기 저점으로 보고, 높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내수 부진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5.1로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향후 기업 경영 애로사항 1위로는 ‘내수 부진’이 꼽혔다.
소비가 줄었다는 지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자료에 따르면 2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1분기 1.3% 증가에서 역성장으로 전환됐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민간 소비가 0.2% 줄었다. 교육 등 서비스 소비가 증가했지만 승용차와 의류 등 재화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0% 늘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6% 줄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민생회복지원금법’이 내수 회복의 열쇠로 거론됐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전 국민의 소비를 진작시켜 골목상권을 살리고, 이를 통한 내수 진작을 꾀한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 사이에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지급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소요 예산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해당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24시간 41분 만에 강제 종결하고 민생회복지원금법을 상정했다. 재석 187명 중 186명 찬성, 반대 1표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민생지원금이 현금 살포성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같은 날 오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13조 현금살포법을 기어이 강행했다. 또다시 빚을 내자는 망국적 발상만 고집했다”며 “예산 편성권이 행정부에 있다고 명시돼 있어 위헌적 요소가 다분할 뿐 아니라, 차제에 여당과의 최소한의 협의조차 무시한 폭주”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생지원금에 대한 입장 차이가 명확한 데다, 대통령 거부권 사용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해당 법안이 시행될지는 안갯속이다.
업계는 소상공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이 단기간에 소상공인 사업장의 매출증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그간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이 된 바 있다”며 “이번 재난지원금도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최근 내수침체로 어려움이 커진 소상공인업계에 단비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