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명권 침해…공영방송 편향성 악화"
尹, 다음 주쯤 거부권 행사안 재가 전망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정부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며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건의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모두 수용해 재가하면 취임 후 19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 4법 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한 총리는 "방송법·방문진법·교육방송법 등 방송 3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하고,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특정 단체가 이사 임명권에 관여해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 등으로 정부가 재의를 요구했다"며 "21대 국회에서 부결, 폐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나 야당은 재의요구 당시 지적된 문제점들을 전혀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오히려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해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더욱 침해했다"며 "방송 관련 법안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 책임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충분한 합의가 필요함에도 또다시 문제점을 가중시킨 법률안이 숙의 과정 없이 통과됐다"고 거부권 행사 건의 이유를 밝혔다.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야당 측 2인의 불출석만으로도 회의 개최가 불가능해져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될 소지가 크다"며 "정부 행정권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야당에 향해선 "입법 독주로 인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번 개정안들은 공영방송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기보다는 오히려 그간 누적되어 온 공영방송의 편향성 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현재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다음 주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등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당초 전날까지만 해도 이날 방송 4법 거부권 건의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이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하는 방식이 유력했다.
다만 야당이 같은 날 방송통신위원회 현장 검증을 진행하고, 국회 청문회를 잇달아 추진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시간적 여유를 두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한 달 전 채 상병 특검법에 이어 법안마다 건건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방송 4법을 포함해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모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취임 후 21번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을 다시 경신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