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금투세 폐지 논의해야"… 야당 "예정대로"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주식 시장이 ‘검은 월요일’로 폭락을 맞은 이후 ‘금융투자세’가 다시금 이슈로 급부상했다.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금투세 폐지 요구가 이어지며 정치권에서도 온도차를 보이는 중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상훈,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첫 정책위의장 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금투세 폐지 여부에 대해 여전히 입장차를 보였다.
여당은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국내 주식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에서는 ‘부자 감세’ 논란과 조세 형평성 문제를 두고 내부적으로 금투세 폐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000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분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투자자에 매기는 세금이다. 지난 2020년 ‘금융세제 개편방안’에서 금투세 도입을 발표했고 그해 12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지난 2023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증권업계 준비 미비, 투자자 반발 등을 고려해 여야 합의로 2025년까지 2년 유예된 상태다.
앞서 지난 5일 국내 주식 시장이 최악의 ‘검은 월요일’을 보내자 금투세 폐지론이 다시금 불붙기 시작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주요 온라인 종목게시판을 중심으로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진 정책위의장의 블로그에는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댓글 2000개 이상이 달렸다. 개인투자자들은 “장 무너지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진다” “금투세 고집하니 그 자금이 부동산으로 가는 것” 등의 항의글을 남겼다.
당정도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향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달라”며 “금투세 시행이 강행될 경우 주가 하락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고 대부분이 중산층인 1400만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야당에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토론자로 금투세 문제에 대해서 민생 토론하자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아주 강력하게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이재명 전 대표의 입장과도 다른 입장을 강경하게 내고 계시다”며 “일단 한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토론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검찰이 주가 조작 등의 부분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를 얘기하자는 것은 상황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얘기”라며 “한심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가 금투세 시행 시기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유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전체를 폐지하면 고소득자들의 세금이 빠져나가니까 그건 그대로 과세하되 이런 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아울러 ‘5년간 5억원 면세’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진 정책위의장은 이에 관해 “이재명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주식 투자자의 1% 불과한 초거대 주식 부자들의 금투세‧소득세를 폐지하면 내수경제가 살아나냐”며 오는 2025년부터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