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치료제 수급에 집중… “기존 의료 대응체계로 대응 가능” 자신
의협, 정부 방역 대책 비판… 대책위 구성해 자체 대응 나서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최근 한달 사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입원환자가 6배 이상 급증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방역 체계 점검에 나섰다. 다만 협력해야 할 두 기관이 각자 대응에 나서 방역 실효성에 의문이 나온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2월 1주(875명) 이후 지속 감소했지만 6월말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4주 입원환자수는 7월 2주 148명, 3주 226명, 4주 475명, 8월 1주 861명으로, 한 달간 6배 가량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전체 입원환자 수(1만2407명)의 65.2%(8087명)으로 가장 많았고, 50~64세가 18.1%(2251명), 19~49세가 10.3%(1283명)의 순이었다. 방역당국은 8월 말까지는 코로나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자 수가 갑자기 늘면서 약국가엔 관련 치료제가 부족하다는 국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실제 주간 치료제 사용량은 6월 4주 1272명분 대비 7월 5주 4만2000명분 이상으로 40배 가량 증가했다. 질병청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사용량이 최근 빠르게 증가해, 공급 조정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 치료제 수급 불안이 발생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 공급량을 대폭 확대하고 시·도 주관 하에 지역 내에서 유동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급관리 물량을 지자체에 추가 공급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8월 1주부터는 수요 변화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치료제의 공급 주기를 주1회에서 주2회로 변경했다.
문제는 이번 정부 대응은 감염자 동향 파악 및 치료제 수급에 집중돼 있을 뿐, 구체적인 방역 대책은 없단 점이다. 일단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환자는 증가하고 있으나, 응급실 방문 코로나 환자 중등증 이하 환자가 다수(93.8%)로 기존 의료 대응체계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2024년 8월 1주 평일 응급실 일평균 내원환자 1만9521명 중 코로나 환자는 5.1%인 996명이고, 이 중 중증환자는 6.2%인 62명으로 대다수는 중등증 또는 경증 환자라는 설명이다.
의대증원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 의료계는 정부의 방역대책에 비판의 목소릴 높이며 ‘기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또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의협이 자체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코로나19가 급증하며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들과 의료계에 아무런 지침이나 안내도 없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국민들이 불안해하는데 정부는 대응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고 또 그럴 능력조차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협은 손놓고 있는 정부와 별개로 자체 대응책을 강구하기로로 하고 대책전문위원회를 즉각 발족해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집단의 반목으로 지난 20202년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처럼 감염병 초동 대응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무렵,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공공의대법과 의대증원 정책을 추진했다. 의사단체는 해당 정책에 거세게 반대하며 파업에 나섰고, 코로나19 진료 역량이 감소해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결국 정부가 손을 들며 증원 계획은 무산됐지만, 당시에도 방역당국의 조치가 지나치게 코로나 검사에만 치중돼있고, 정작 중요한 치료와 응급실 문제는 빠져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현재는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의료 현장 역량이 크게 감퇴한 만큼, 방역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한 공중보건의는 “2020년 의정 갈등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의협과 복지부는 코로나19 극복에 뜻을 같이 하겠다며 합의문까지 냈다. 정부의 전문 분야는 현황 파악이고, 병원은 진료 및 치료다. 협력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데, 정작 두 집단은 자존심 싸움에 눈이 멀어 서로에게 방역 대책을 제안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