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는 제2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개최해 4건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규제 특례 서비스로 지정했다. 4건 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신청한 차량 정비 모바일 서비스도 포함된다. 자동차관리법 제66조에 따르면 자동차정비업자는 등록된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점검작업 또는 정비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시 사업 등록 취소 또는 사업 정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특례가 적용되면서 앞으로는 정비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차량 진단기를 통해 진단 작업 및 리콜 캠페인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특례 지정으로 소비자의 편의는 향상되겠지만 영세 정비업체들의 시장 내 줄어든 입지는 우려된다. 벤츠처럼 규모와 인력이 충분한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내 정비업체들 중 1인 정비소는 전체에 7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정비소를 닫아 놓고 출장 정비를 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대형 제조사들이 출장의 형태로 차량 정비사업마저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세 정비업자들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
물론 자동차관리법 제36조는 등록된 정비소 밖에서도 엔진오일 보충 및 교환 등 일정 범위 내 자추의 정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동네 정비업체들도 진단기와 장비를 구비해 출장 서비스를 나가 경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건데, 규모와 인력면에서 열세에 있는 영세 업체들이 대형 제조사와 경쟁한다는 것은 큰 어려움이 따른다.
국토부가 이같이 대다수 시장 참여자의 생존이 달린 현안을 결정하면서 업계 의견을 조금도 청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불통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국토부의 입장은 “법령 규제 완화가 아닌 현재 법령에서 규제가 없는 것으로 유권 해석을 했을 뿐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출장 정비만으로도 렌터카 업체 등 정비업 미등록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정비업체가 정식 등록하고 사업을 하려면 여러 규제를 적용받지만 출장 정비는 사업자 등록증 하나만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미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영세 정비업체들이 이번 조치로 영업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특례 적용함에 있어 다수의 시장 참여자인 영세 정비업체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규정을 지켜가며 성실히 정비소를 운영해 온 이들을 저버리면 사회적 신뢰가 깨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