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위원장 “금투세 폐지, 법인·상속세 혜택 등 지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금융당국이 예상보다 부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독려에 나섰다. 프로그램 가동 둘 달여가 지난 현재 금융권뿐만 아니라 산업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오전 LG·현대차·포스코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유관기간과 함께 상장기업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며 “지난주 글로벌 증시 급등락 영향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내실화를 위한 상장기업과 증시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밸류업 드라이브를 위해 김 위원장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
그는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핵심 인센티브는 세제 지원으로 세법 개정안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밸류업 공시·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배상소득·상속세 등 여러 세제 혜택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해당 혜택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병환 위원장이 간담회까지 나서서 참여를 독려한 이유는 해당 프로그램 참여 기업이 적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곳은 ▲키움증권 ▲에프엔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6개사다. 계획 공시 시점을 예고하는 예고공시를 낸 기업을 다 합쳐도 14개사에 불과하다. 코스닥 시장 참여율은 1.4%에 그친다.
해당 프로그램 참여가 미미할 경우 3분기 예정된 밸류업 지수 산출을 비롯해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등 금융당국의 활성화 노력은 힘이 빠지게 된다. 일정 수의 기업과 활동이 공시돼야 지수 산출 등이 평가 가능해서다.
반면 상장기업들도 해당 프로그램 참여에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어떤 세제혜택도 입법화되지 않았기 때문. 이중 금투세 폐지는 여야간 입장이 극명해 합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측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투자자들과 회사의 미래에 관한 내용들을 소통함으로써 안정적인 장기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만 우려되는 것은 밸류업 공시에 대한 시장 반응이 냉소·비판적이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한편, 금융권은 올해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에 여타 업권 대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분기 균등 배당’을 발표한 KB금융그룹을 비롯해 자사주 매입·소각 등 대다수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 중이다. 지난 9일 우리금융지주가 “내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 맥락이다.
이런 행보에 금융권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673.27이었던 KRX은행지수는 지난 9일 849.88로 8개월새 26.23%(176.61) 올랐다. 특히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을 발표한 이후 해당 지수는 급등해 지난달 말에는 900대선을 돌파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업권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