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㉛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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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물論]㉛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서영준 기자
  • 승인 2024.08.13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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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 있다" 국내 최고 원전 전문가…체코 수주 일등공신
"원전 수출 10기 목표"…이집트부터 체코까지 현장 광폭 행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한수원 제공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한수원 제공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지난달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가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날아왔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놓였던 K-원전이 원전 본거지 유럽에서 원전 종주국 프랑스를 제치고 수주를 따내며 본격적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이날 국가적인 경사에 모두가 환호한 가운데 특히 한수원 비상상황실에서 격렬한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황주호 사장을 비롯한 한수원 직원들이었다.

체코 원전 수주는 이미 오래 전부터 황 사장이 그린 청사진이다. 황 사장은 2022년 8월 취임식에서 "기술도 없이 원전을 도입해 원전 강국으로 발돋움한 저력과 긍지로 새 역사를 쓰자"며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말 보다 행동으로 포부를 보여줬다. 취임 3일만에 이집트 카이로로 날아가 3조원 규모의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한 달 뒤에는 체코, 폴란드를 찾아 현지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한국 원자력의 안전성과 우수성 등을 설명했다. 황 사장은 그 사이에도 신한울 3, 4호기 부지를 방문하고,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있는 고리 2호기의 현황을 점검했다.

황 사장의 이같은 현장 광폭 행보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의 직원들과 소통하며 문제해결의 통찰과 조언을 나눈다'는 그만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다. 체코에서도 황 사장의 현장 경영이 빛났다. 그는 체코를 7번 방문하며 산업부 장관, 총리 수석고문 등 체코 주요 의사결정권자와의 면담을 통해 한수원의 강력한 사업참여 의지와 우수한 원전 건설 역량을 피력했다.

우선협상자 발표 이후 황 사장은 "이겼다고 느낀 순간은 한번도 없었다"며 "체코 고위 당국자와 아침 6시30분 약속에 1시간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국 사람 대단하다'고 말해 처음으로 '우리가 마음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지속적 스킨십 노력을 기울였다는 방증이다.

황 사장 임기는 내년 8월 끝난다. 체코 정부와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한다면 내년 3월 본계약 체결을 직접 마무리짓게 된다. 그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최종 계약 조건이 아직 확정 안 됐고, 과거 한전이 영국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중단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수원은 원만한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대응 TF'와 계약 체결 이후를 대비한 '체코건설준비센터'를 발족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1956년생인 황주호 사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이후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방사선, 방사성폐기물 분야의 해외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 최고의 원전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지난 정권부터 줄곧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비판적인 기조를 이어왔다. 2017년 7월에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의 반대 서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과거 한수원 사장은 모두 정부 관료 출신 인물들이 맡아왔지만, 황 사장은 이례적으로 학계 출신이다. 그는 교수 생활을 오래했지만 일찍부터 상아탑 안에 머무르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시절에는 산학처장을 맡기도 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에너지기술연구원장(2010년~2013년)을 역임했다. 이후 한국에너지공학회 회장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이사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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