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전 청장은 "구체적 수사 보고·지시할 위치 아냐" 불출석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번주 세관직원 연루 마약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한다. 대통령실 관여 여부가 이번 의혹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증인으로 채택된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행안위는 20일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개최를 결정하고 윤 전 청장, 조지호 신임 경찰청장, 김찬수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조병노 경무관(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등 2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세관직원의 마약밀수 조력 혐의를 조사하던 경찰이 윗선으로부터 수사 무마성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영등포경찰서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수에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도움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던 중, 상부로부터 관련 브리핑 연기 및 보도자료 내 '세관' 관련 내용 삭제 등을 지시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관 직원들이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거나 검찰은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여러 차례 반려시키는 일도 발생했다. 외압 의혹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조병노 경무관의 경우 채 상병 수사외압 로비 의혹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승진 청탁 대상으로 거론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경정은 수사 과정에서 관세청과 서울경찰청 수뇌부로부터 수사무마 외압을 받았다며 올해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9명을 고발했다.
특히 백 경정은 지난해 9월 20일 당시 김찬수 영등포서장(총경)으로부터 "이 사건을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수사 진행 발표) 브리핑을 연기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최근 주장했다. 김 총경은 올해 초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으로 파견된 바 있다.
백 경정은 이후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됐으며, 조지호 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아 논란이 일었다. 조 청장은 지난달 말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 경정의 발령은) 좌천성 인사로 볼 수 있다"면서도 수사 외압 사건이 아닌 공보규칙 위반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일자로 퇴임한 윤 전 청장은 20일 청문회에 불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청장은 '마약수사 외압과 관련해 구체적인 수사 사항을 보고 받거나 지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으며, 관여하거나 기억하는 내용도 없다'는 뜻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