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통령실 '수사 개입' 놓고 충돌…野는 尹 정조준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수천억원대 마약 밀반입 사건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여당 반대 속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마약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개입설' 진상 파악에 돌입했다. 야당이 이번 의혹을 '제2의 채 상병 사건'으로 규정하고, 여당은 '정치 공세'라고 맞서고 있는 만큼 여야 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20일 열린 국회 행안위 '마약 수사외압 의혹 청문회'에서 마약 수사에 대통령실의 외압 행사 여부를 놓고 맞붙었다. 야당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 개입 가능성을 거론, 질의를 쏟아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청문회를 통해서 밝혀야 할 건 과연 마약 수사외압의 주체가 누구인가, 어디서 마약 수사외압을 조장했는가, 지시했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주장이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현 정부 흠집 내기용 청문회와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오늘 청문회도 실체 없는 의혹"이라며 "지금 이 사안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통화한 사람이 없다. 대통령실 압력이 어디에서 시작된 건가"라고 반문했다.
여야 간 쟁점으로 떠오른 마약 수사외압 사건은 다국적 마약 조직원들이 인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통관 절차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불거졌다. 밀반입한 필로폰은 약 246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가격은 발각 당시 기준 약 2220억원에 달한다. 역대 마약 밀반입 수사 중 두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현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지난해 10월 '세관원 마약밀수 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팀장이었던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해 '세관 직원들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보도자료에서 빼달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백 경정은 지난달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현 대통령비서실 자치행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서 "이 사건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대통령실 수사 개입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시 지휘부인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었던 김봉식 신임 서울경찰청장과 관세청 등이 수사외압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야권은 대통령실의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김찬수 전 서장이 마약수사팀 확대를 지시하고,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였다가 돌연 브리핑 연기를 지시한 것 등을 들어 대통령실 외압 의혹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이번 행안위 청문회를 시작으로 마약 수사외압 의혹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대통령실 개입 여부를 놓고 여야 간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