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결 시 범야권 표로 역부족…이탈표 등 사활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야당이 오는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 등 법안들에 대해 재표결을 예고하면서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온 방송4법 등 6개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범야권 의석수만으로 재의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여야는 각각 이탈표 확보와 여론전 등에 주력할 전망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쟁점 법안들을 오는 28일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재표결에 부칠 법안들은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25만원법(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6개 법안이다.
여야는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은 비쟁점 법안과 함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6개 법안에 대해서도 재표결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여야 간 대립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간 여야는 이들 법안 처리 과정에서 극한 대치를 이어오며 이른바 '거부권 정국'을 반복했다.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야당이 토론 강제 종결 등을 통해 무력화시킨 뒤 해당 법안들은 가결됐다. 이후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통해 해당 법안들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등 팽팽하게 맞섰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에 있을 재표결 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300명)의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 의석수(192석)로는 재의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법안들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은 대다수 재표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실제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 야당 주도로 두 차례나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해당 법안들이 재의결되기 위해선 여당 내 이탈표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국회의원이 모두 투표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다만 그간 여당이 쟁점 법안에 대해 단일대오로 맞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탈표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야당도 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재표결 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여당 내부) 균열은 안 보인다"며 "여야가 대화를 시작하는 단계로 상황이 갑자기 바뀌진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는 본회의 개최일까지 법안 통과와 폐기 명분을 두고 여론전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