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사업 차질…국가 경쟁력에도 영향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반도체, 자동차, 중공업 등 주요 업종들이 '노조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업 차질을 비롯해 국가 경쟁력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아, HD현대중공업 노조들은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반도체 등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노조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샌드위치 연휴 기간 게릴라 파업에 나섰다. 전삼노는 반도체 생산 차질과 사측에 데미지를 입히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삼노는 삼성전자 1노조인 사무직 노조를 흡수해 세력 확장에 나서기도 했다.
전삼노의 이번 행보는 향후 임금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사회적 쟁점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삼노의 파업이 장기화 된다면 반도체 생산 차질은 시간 문제다. 삼성전자는 파업 장기화 가능성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화 참여 등 노조 달래기에 나설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노조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끝냈지만 기아는 아직까지도 임단협 난항을 겪고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는 기아 노조 전체 조합원 2만6784명 중 2만4323명(투표율 90.8%)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84.7%(2만2689명)로 가결됐다. 기아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의 파업이다.
역대급 호황기에 접어든 조선업계에도 노조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3일 열린 14차 본교섭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같은날 14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28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부분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하며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전체 조합원 7560명 중 4919명(재적 대비 65.1%)의 찬성표로 가결시켰다. 조선업계는 호황기에 접어든 만큼 노조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은 국가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며 "현재 이들 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노조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수출 및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