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악성·클린 임대인' 공개에도 전세사고 급증···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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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악성·클린 임대인' 공개에도 전세사고 급증···실효성 의문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4.08.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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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임대인 공개 · 클린 매물 인증제 등 보완 속속
절반 이상 임대사업 자격 유지··· 보증사고 잇달아
정부가 상습 채무불이행자(악성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전세사고 예방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상습 채무불이행자(악성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등 전세사고 예방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급증하자 정부와 서울시가 상습 채무불이행자(악성임대인) 공개 및 클린임대인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전세사기 또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개된 악성임대인 수가 피해 발생 빈도에 비해 크게 적고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공개된 내용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시범 발표한 클린임대인 제도는 아직 주요 부동산 중개플랫폼에선 찾아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악성임대인 등록에도 세제 혜택···'솜방망이' 논란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해 3월 개정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작년 말부터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 중이다. 

현재 HUG 안심전세포털(든든전세) 내 전세사기 피해 예방 메뉴에서 주택도시기금법에 의거한 상승 채무불이행자(악성임대인) 562명의 명단과 나이·주소·미반환 채무액 등을 볼 수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불과 30명 내외만 공개돼 논란이 일었지만 이후 명단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악성임대인 지정 대상이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보증채무)을 대신 돌려줘 발생한 구상채무가 최근 3년간 2억원 이상인 자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제도의 한계점으로 인해 공개된 명단이 피해 발생 빈도는 물론, 정부 추정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아울러 악성 임대인으로 지정된 후에도 절반 이상은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임대 사업자로서 △취득세·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보면,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지연해 임차인 피해가 명백히 발생할 때 지자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제6조12항)하고 있다. 

다만 '임차인의 피해' 판단 여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임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확정됐지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또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반 동안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대사업자 자격이 말소된 사례는 7명에 불과하다.

요주의 악성임대인으로 등록됐음에도 국토교통부나 지자체에서 임대사업자 자격 유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명단 공개가 사실상 '전시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실제로 HUG 집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3조818억원, 사고 건수는 1만4250건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2조2637억원)보다 36.1%나 늘었다. 또한 HUG가 상반기 동안 대신 내어준 돈(대위변제액)은 2조4177억원으로, 1년 전(1조6506억원) 대비 46.5% 급증했다.

서울 서대문구 일대 빌라·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모습.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권한일 기자
서울 서대문구 일대 빌라·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모습. 기사의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권한일 기자

◇서울시 '클린임대인' 제도, 아직 준비 단계
전세사기·미반환 사고가 가장 빈번한 서울시에서 임대인의 금융·신용정보를 확인하고 집을 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놓은 '클린임대인' 제도는 여전히 개발 단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직방·KB부동산·당근마켓 등 주요 부동산 플랫폼에 집주인들이 빌라·다세대주택 매물을 내놓을 때, 세금 납부현황과 신용점수 공개에 동의하면 클린임대인 등록 및 인증마크 등을 부착해 임대·임차인 쌍방이 만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범 사업단계 자격 요건은 △서울 시내 다세대·연립 임차 주택 △3호 이하 주택 소유자(본인거주주택 제외) △신용점수 891점(KCB기준·舊 2등급) 이상 △계약 시 전세보증료 지원 동의 또는 서울시 장기안심주택 계약 동의자 등이다.

오는 11월까지 시범사업 기간이지만 현 시점에서 해당 부동산 플랫폼 또는 서울시에서 클린 임대인 여부를 확인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업체들과 업무 제휴를 맺었지만 여전히 노출된 바 없다면, 해당 플랫폼에 매물을 내놓은 클린 임대인이 아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관련 플랫폼 관계자는 "앞서 체결된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서울시와 협업 중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문제는 예방이 최선이고, 전세 계약을 할 때 임대인 정보를 공개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장은 "정부와 대법원, 국세청, HUG, 공인중개사협회 등이 공동 구축한 계약시스템을 통해 집주인의 세금체납과 과거 전세금 미반환 이력, 주택보유현황, 등기부등본 권리관계, 전세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전세계약의 안정성을 자동 검사하고 보증보험 가입까지 진행해 세입자가 믿고 계약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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