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이래 역대 최장기간 동결
美 연준 9월 인하 여부 중요해져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한은 설립 이래 최장기간 동결 기록이다. 한은은 지난해 2월 금통위부터 이달까지 13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물가 지표는 완만한 둔화세를 나타내면서 금리인하 여건을 충족했지만 금융시장이 불안감을 키운 게 컸다. 수도권 중심의 집값 상승 움직임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고려해 당분간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 회의실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1월13일 이후 약 1년7개월째 금리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한은은 또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5%) 대비 0.1%포인트(p) 내린 2.4%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5%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2.6%)보다 0.1%p 내려잡았다.
한은은 2022년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3.5%)까지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지난해 2월 금통위에서 10개월 만에 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멈추고 이번까지 13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는 금리인하 여건을 충족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최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과장된 면이 있고 부동산 시장 과열이 금리인하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인하를 서두르는 것보다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내부에서 가계부채 우려가 크다"며 "다음달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고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금리를 내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0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피봇(pivot·정책기조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오는 9월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간밤 공개된 FOMC 회의록을 살펴보면 연준 대다수의 인원들이 "9월 금리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내수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10월에는 금리를 내리긴 해야 한다"며 "오는 11월 연달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만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는 점은 변수"라고 말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에서 부동산 가격을 중요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며 "연준이 9월 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10월에 따라 내리고 이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