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 성장은 ‘정당’에 달려 있다! 한국 정당의 혁신 방향과 미래형 시스템 구축 방안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실 정치인과 학자들은 중요 인물과 민감한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 정치 생태를 비판하는 데에만 그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드물게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내놓는 책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은 ‘정당’에 집중한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정당의 진화와 제도화 없이는 민주주의의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정당이 민주주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잘해왔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당파적 양극화와 극심한 갈등, 네거티브 경쟁, 이합집산, 사당화와 팬덤 정치, 편법적 위성정당, 부실한 공천 등으로 큰 실망을 안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주의 성장을 이끄는 정당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어떠한 개혁이 필요한가?
이 책은 한국 정당이 현실에서 직면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당파적 정쟁의 관점이 아니라 분석적인 설명을 통해 정당 정치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이와 함께 변화한 시대정신과 발전된 기술 환경을 접목한 미래형 정당의 구체적인 상도 그려냈다. 소수자 정당, 국제적 정당, AI 정당이 그것이다.
원내정당, 원외 조직의 현황과 개선점
‘제도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정당’으로!
현실의 정당은 정당-시민사회의 축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원외 조직과 정당-국가의 관계를 중심으로 국회 안에서 활동하는 원내정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각각에 대한 혁신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원내정당은 국회에서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된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의 활동에는 제약이 크다. 그런데 교섭단체의 진입장벽이 높아서 주로 양당 중심의 원내정당 구도가 형성돼왔다. 교섭단체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논의가 있으나,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불일치해 선거 주기가 짧고, 선거 중심 정당의 특성이 강하며 안정성이 저해되고 있다. 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통해서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한국 정당은 강한 정당 기율을 지니며, 의원 자율성은 약하다. 특히, 집권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함으로써 정당 정치와 의회 정치의 자율성을 회복해야만 정당 정치의 발전이 가능하다. 또한, 이는 정당의 후보자 공천 제도 개혁의 문제로 귀결된다.
원외 조직은 중앙집권적인 운영이 공고화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구당과 같은 지역 단위 조직의 부활과 이러한 조직에서 실질적인 당원 관리 및 시민과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당 대표가 없는 집단 지도 체계로의 전환, 선거 시 선거총괄위원장(가칭)의 병립 등 현행 당 대표 중심의 운영 체계를 분권화하는 개혁 방안, 또 많은 갈등을 양산하는 공천 제도에 대한 혁신이 요구된다.
명확한 공천 기준의 제도화, 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천 결과 점수 공개 및 공천위원회 심사 과정 생중계 등 신뢰성 제고 방안이 시급히 필요하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배분과 감사, 사후관리는 중요한 개혁 과제이다.
현재 거대 정당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국고보조금 배분 체계는 개편돼야 한다. 선거 시기의 국고보조금 지원 범위 재정립, 정당 간 재정적 편중성 해소를 위해 득표율 중심으로 보조금 배분 방식 전환, 보조금 사용에 대한 엄정한 감사 체계와 반환 제도 신설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수자, 글로벌 협력, 그리고 AI
‘편견을 넘어 변화에 부응하는 정당’으로!
한국 정당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정당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한 현실을 정치에 접목하지 못한다면 정치와 민주주의를 이끄는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미래 정당은 다수에 매몰되지 않고 소수자의 의견과 이해관계, 권익을 적극 옹호해야 한다. 기존 정당의 소수자 옹호와 소수자 중심의 정당 설립이 중요한 방안이다.
기존 정당은 체계적인 다양성 관리 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누구나 당원이 될 수 있게 하여 정치 참여 권리를 보다 폭넓게 보장하는 등 소수자를 대표하는 ‘수’의 증가와 ‘질’의 향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소수자들이 직접 만드는 정당 정치를 위해서 정당의 설립과 운영 과정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제도 개혁과 재정적 지원 강화가 요구된다.
또한, 정당의 활동이 국내 정치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 무대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정당의 국제 연대 조직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그 지향하는 바를 국내 이슈에도 반영하고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당의 국제화 활동을 위해 민주 시민 교육을 통한 평화와 자유, 정의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재단이나 기구를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 방안이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민주주의 확산과 심화에 기여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당 활동에 AI를 도입하는 과제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AI 정당이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정책적 신뢰성 제고, 개별 유권자의 의사 반영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 알고리즘의 유효성 등도 중요한 쟁점이며, 현실적으로 AI 정당 운영에 필요한 선거, 정당과 제도 개정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칙이나 합의 마련도 필요하다.
□저자 곽진영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정치학 박사. 정당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생각하며 정당을 연구하고 정당론을 강의해왔다. 현재 건국대학교 교학부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정당학회 회장,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저자 전진영은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 입법조사연구관이다. 서울대학교 박사, 서울대학교·서강대학교·경희대학교·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쳤고, 2007년 국회입법조사처 개청 이래로 한국의 의회 정치, 정당 정치, 여성 정치의 현실과 이론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해오고 있다. 한국정치학회와 한국정당학회 부회장을 맡은 바 있다.
□저자 김진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지정교수이다. 명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선거, 정당, 유권자 투표행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스마트거버넌스(2021)』, 『21대 총선과 한국 민주주의의 진화(2021)』, 『Democracy and Social Change in South Korea(2020)』 등의 저술에 참여한 바 있다.
□저자 정회옥은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박사,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위원, 법무부 외국인장기보호심의위원회 위원, 재외동포청 자체평가위원,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2022)』, 『한 번은 불러보았다: 짱깨부터 똥남아까지(2022)』 등 소수자 관련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자 조원빈은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을 비롯한 신생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와 정당, 정치 양극화를 연구하고 있다. 미국 켄터키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를 역임했고, 외교부와 법무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자 고선규는 일본 후쿠시마학원대학교 지역매니지먼트학과 교수이다. 일본 토호쿠대학교 정보과학박사, 서울시 전자정부연구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교수를 역임하면서 IT 정치, SNS 선거운동, 디지털 정부, AI 정책 결정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2019)』 , 『알고리즘 정치학(2021)』을 출판했고, 최근에는 AI·로봇을 활용한 지역사회 과제 해결 및 선거·정당·의회 영역에 AI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