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실적 악재로 이어져…당분간 불황도 지속될 전망
경쟁력 유지 위한 대응책 모색…포폴 다변화·연구개발 등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가 국내 철강업계를 옥죄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건설경기가 부진하자 대규모 재고를 해외에 수출해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면서다. 당분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주 철광석 톤(t)당 시세는 96.74달러로,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업계에선 t당 100달러를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생산 비용이 판매 비용보다 커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철광석 시세 하락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철강 생산량(18억8820만t)의 54%(10억1900만t)를 생산할 만큼 세계 철강산업에서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이런 중국이 건설경기 부진으로 내수 시장에서 수요가 줄자 대규모 재고를 수출하면서 철광석 시세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브라질과 호주 등 주요 광산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생산을 줄이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자 국내 철강사들의 영업이익은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자회사 포스코는 2분기 영업이익이 41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0.3% 감소했으며 현대제철은 980억원으로 78.9% 급감했다. 특히 상반기 조선업계와의 후반 가격 협상 과정에서 원래 90만원 후반대이던 t당 가격을 90만원 초반대로 낮추기로 합의하는 등 주도권을 내주기도 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주로 선박 제조나 교량 등에 쓰이는 제품이다.
업계는 당분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철강업종의 경기전망지수(BSI)는 79로 전 분기 대비 13p 하락했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지표화한 수치로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그러나 업체들은 불황 속에서도 각자만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저탄소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 생산 체제를 갖춰 고급 강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설비 투자를 추진 중이며 지난 2월 광양에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 공장을 착공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목표다.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 상반기 철강, 친환경 인프라, 미래소재 등에 총 3229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한 수준이다. 철강 부문만 따로 떼놓고 보더라도 R&D 투자액은 1911억원에서 2292억원으로 19.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신사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재 인도법인 푸네 공장에 연간 23만t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는 스틸서비스센터(SSC)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제철 전기차 전용 강판 공장도 오는 9월 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제철도 R&D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올 상반기 현대제철의 R&D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2% 늘어난 1522억원이다. 특히 회사는 지난 7월 정유동 현대제철 제품개발센터장을 필두로 ‘모빌리티 소재혁신 TF’를 조직하며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