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법원이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 체제'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방문진) 새 이사진을 임명한 것에 제동을 걸었다. 5인 정원의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한 건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곧 있을 헌법재판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치권도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이날 인용했다. 이에 따라 행정소송 본안 판결까지 '이진숙 방통위'가 임명한 방문진 새 이사들은 임기를 시작할 수 없게 됐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그중에서도 MBC 대주주인 방문진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사실상 1년 이상 집중해 왔다. 이를 위해 앞서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취임일인 지난달 31일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고 비공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은 KBS 이사 11명 중 여권 몫 7명을 추천, 방문진 이사 9명 중 여권 몫 6명을 선임했다.
이에 방문진 현직 이사 3명과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등은 5인 정원의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각각 이사진 선임 효력정지 신청 및 임명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현직 이사진이 제기한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번 집행정지 인용으로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은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본안 판단이 남아있긴 하지만, 집행정지 인용으로 2인 체제에서의 방통위 의사결정은 문제가 있다는 게 공식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향후 1~2인 체제에서의 각종 행정 행위 역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집행정지 인용은 곧 있을 이 위원장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야권이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면서 전면에 내세웠던 논리가 "2인 방통위 체제에서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명백한 위법"이었다.
탄핵 심판의 탄핵소추위원은 통상 국회 법사위원장이 맡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원이 받아들인 이같은 논리를 헌재에도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해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라며 "여권 인사만으로 구성된 2인 방통위가 갖는 위법성, 부실하고 졸속적인 이사 선임의 위법성이 재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통위는 2인 체제에서 KBS 이사회 재편, YTN 최대 주주 변경, 주요 지상파 재허가 등 굵직한 안건들을 처리해 왔는데, 이번 집행정지 인용에 따라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