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현장 행보로 한국거래소···대표 회담 앞 '여론 극대화'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한 대표는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복귀와 여야 대표 회담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제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업계 종사자들과 현장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증시 밸류업을 위해 정부 섹터(sector)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세제 개편"이라며 "예를 들어 기업 상속제 문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 최근 큰 이슈가 된 금투세 폐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밸류업은 사실 기업이 하는 것이다. 다만 그 기반과 토대를 만드는 것이 공적 영역에서 하는 일"이라며 "할 일을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결국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증시 전체를 밸류업 할 수 있는, 촉진할 만한 방식의 세제 개편"이라며 앞서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각종 세제 완화책을 언급했다.
한 대표는 "지금은 대부분의 청년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산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결국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응원하는 것은 청년의 꿈과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희는 그런 차원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건 부동산에 돈이 유입되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 활성화"라며 "외국인과 차별있는 부분을 최대한 개선할 수 있는, 그러나 시장에 부작용을 가지고 오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지난달 해외발 국내 증시 폭락 사태를 언급한 뒤 "그런 가운데 금투세 폐지는 국내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을 견인할 수 있는 상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윤한홍 의원도 "1400만 투자자에게 하루빨리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돼서 주식시장이 안정화되고, 밸류업하겠다는 목표가 달성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금투세 폐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 국면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야 대표 회담이 가시화된 최근에는 공개석상에서 금투세 관련 발언 빈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장기투자를 권장하고 부동산보다는 자본시장 투자를 권장해야 하는데 금투세는 그걸 역행하는 것"이라며 "금투세를 시행하면 단기투자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들의 공통적 말씀"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득이 있는곳에 과세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코스피는 성장속도가 느리고 장기투자 유인이 적은 시장이 됐다"며 "이 문제(금투세 부작용)는 풀어야 할 문제다. 여야 대표 회담 주요 의제로 올려 문제를 푸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이번 한국거래소 방문을 여야 대표회담에 앞선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양성으로 격리치료를 받는 이 대표의 복귀가 임박한 시점에서 금투세 폐지 여론을 극대화해 대표 회담에서 성과를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앞서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 문제(금투세 폐지)를 결론 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표는 오늘 퇴원한다"며 "내일(28일) 최고위원회의 주재로 당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퇴원함에 따라 여야 대표 회담 의제 등을 조율하는 실무 회동에도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