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조 필요···텔레그램과 핫라인 추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지인 또는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사진을 합성해서 만든 '딥페이크(Deepfake) 음란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당정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당정은 현재 각 부처가 딥페이크 성범죄에 개별 대응하는 것을 조정해 국무조정실을 컨트롤타워로 하는 '통합 대책'을 마련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허위 영상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불법 촬영물' 처벌 수위와 동일하게 높이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부처 긴급 현안보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각 부처에서 각각 대응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가능하면 (이것을 합치는) 통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것을 통합 조정해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국무조정실에서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촬영물에 대해서는 징역 7년까지 (형량 선고를) 지금 하고 있다"며 "그래서 허위 영상물도 현행 5년을 7년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식으로 입법적 조치가 돼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당정 논의에서) 전반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현재 운영 중에 있지만, △상담 지원 △허위영상물 삭제 지원 △수사 개진 지원 △정신건강 차원의 의료 지원 △법률 자문 지원 등을 필요시 같이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딥페이크 성범죄에 많이 활용되는 메신저인 '텔레그램'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측과도 (범죄 근절을 위한) 협력회의가 필요하고, 정부 측에선 (텔레그램이) 불법 정보를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상시 협의하는 핫라인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긴급 현안보고에 앞서 한 모두발언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사회법과 제도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면 이런 악성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10대 미성년자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에 우려가 매우 크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남길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함께 신속하게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 대책 마련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텔레그램 등 SNS에서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지난 28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사람은 781명으로, 이 중 36.9%(288명)가 10대 이하로 집계됐다. 센터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딥페이크 피해자는 총 1000명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피해자(69명)의 약 15배에 이르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