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가격 인하 요인 많아" VS 철강업계 "가격 방어 절실"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지난달 가까스로 올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끝낸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숨 돌릴 틈 없이 하반기 협상도 곧바로 돌입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제조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사용된다. 조선용 후판은 철강사 후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조선사는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해 양쪽 업계에 민감한 사안이다.
업황 부진으로 위기에 몰린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이 올 상반기 큰 폭의 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중국산·일본산 수입 물량을 지렛대 삼아 '가격 후려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하락,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 등 가격 인하 요인이 많다며 협상 우위 구도를 유지하겠다는 분위기다.
조선사와 철강사 간 후판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 번씩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가격 협상은 지난달 마무리됐다. 통상 협상 마무리 시점인 5월보다 두 달 정도 늦어졌다. 국제 시세를 고려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조선사와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마진 감소를 막기 위한 철강사 간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반기 협상에서 합의된 조선용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대 초반으로 90만원 중반대인 지난해 하반기보다 낮아졌다.
철강사들은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용 전기료가 인상됐고, 중국산 저가 공세와 건설경기 악화 등 연이은 악재들로 영업이익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내려가면 철강업체들의 어려움을 급격하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조선사들은 가격 인하 요인이 늘어났기 때문에 시장원리에 맞게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선업이 불황일 때 철강사들이 가격 인하 움직임이 없었듯, 철강사들이 현재 어렵다는 이유로 후판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합리적인 가격 협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