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대책 마련 촉구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철강업계가 전방산업 부진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주요국들이 자국 보호 조치를 적극 강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 철강업체들은 각자도생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에 철강 수요가 급감하자 해외로 물량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 이에 국내로도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472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465만톤)보다 1.5%(7만1000톤) 늘어났다. 반면 국내산 철강 제품 소비량은 지난해 상반기 2756만7000톤에서 올해 상반기 2542만2000톤으로 7.8%(214만5000톤) 축소됐다.
이같은 수요 위축에 국내 조강(쇳물) 생산량도 하향세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조강 생산량은 1666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1735만1000톤) 대비 4.0%(69만톤)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조강 생산량도 975만6000톤에서 939만톤으로 3.75%(35만6000톤) 감소했다.
실제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82.4%로 전년 동기(86.01%)보다 3.61%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상반기 89.3%에서 올 상반기 86%로 3.3%포인트 줄어들었다.
더욱이 문제는 원재료인 철강석의 가격 하락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객사의 제품 가격 하락 압박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올해 초 톤당 142.58달러에서 지난 23일 기준 96.09달러로 손익 분기점인 100달러를 밑돌았다.
이에 포스코는 철강 부문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의 원가절감 목표를 내걸었고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후판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했다. 업계에선 정부 차원의 중국산 저가 철강재 규제나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주요국에서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에 나서고 있어 대비된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3배 이상 인상했다.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칠레는 지난 4월 중 최대 35.5%의 반덤핑 과세 부과를 결정했고 대만도 반덤핑 제소에 나서기로 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도 유럽철강협회 청원에 따라 지난 5월 중국산 주석으로 도금되거나 코팅된 철·강판의 평판 압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이정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산 저가 과잉공급과 수혜국의 무역장벽 확산은 공급망 전반에 리스크를 가중시켜 우리 기업에도 부담"이라며 "과거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로 약 20%의 철강재 수출이 감소할 우려가 있었고 트럼프 행정부의 232조 관세조치로 대미 철강 수출물량이 제한됐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도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나 대책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