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근 도박과 마약은 물론 지인들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성적 수치감을 주는 ‘딥페이크’ 등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면서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부처 긴급 현안보고에서 현행 최대 징역 5년인 허위영상물 유포 등 형량을 불법 촬영물과 마찬가지로 최대 징역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일종의 SNS인 텔레그램이 서버를 해외에 둔 탓에 국제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텔레그램 측과 협력 회의를 갖고 불법 정보를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상시 협의하는 핫라인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지난 25일까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로부터 딥페이크 피해 지원을 요청한 이들은 78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지원 요청자 212명의 3.7배 수준이다. 심각한 것은 이 가운데 36.9%(288명)가 10대라는 점이다. 미성년자 피해자는 2022년 64명에서 지난 25일 기준 288명으로 2년 만에 4.5배 급증했다.
딥페이크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도박이나 마약 등 성인들 범죄에 버금가는 행위도 횡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소년(14~18세 기준) 범죄 전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강력사건으로 도박은 7건에서 23건으로 228% 늘었고, 마약은 22건에서 35건으로 59.1% 증가했다.
청소년 성폭력·성희롱 신고건수는 253건에서 662건으로 161.7% 증가했고, 검거 건수도 217건에서 45.2% 증가한 315건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들 중 강제추행이 55.9%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 16.8% △불법촬영 11.3% 순이었다.
성희롱의 경우 오프라인(36.9%)보다는 온라인상 성희롱(63.1%)이 많았다. 특히 청소년들의 범죄 양상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타인의 일상 사진이나 일반 영상물을 성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합성·편집하는 딥페이크 관련 신고가 20건 접수되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일탈이 늘어나고 있지만 익명성과 보안이 강력한 SNS로 유명한 텔레그램 등을 통해 범죄물을 공유 및 거래하는 등 단속망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수면 위로 떠오른 'N번방 사건'의 주 활동무대가 서버가 해외에 설치된 텔레그램과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던 ‘딥웹’이었기 때문에 수사와 법적 제재가 쉽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범죄물을 유포한 자와는 달리, 제작한 이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려운 형편이다. 성폭력처벌법을 보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의 촬영물 등을 합성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고 규정됐지만, 이는 유포 목적으로 제작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한 사회학자는 "도박이나 마약 역시 청소년들이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너무도 쉽게 관련정보를 접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증거가 남지 않는 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을 뿐더러, 미성숙한 나이인 만큼 훈방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