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급정책 완성도 높이고 규제 더 완화해야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가을이사철을 앞두고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계약 물량의 만기가 돌아오는 등 전셋값 상승요인만 산적한 가운데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현실적인 전세대책이 요구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전셋값은 67주 연속 상승 중이다. 더욱이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대출규제를 조이는 상황에 이사철이 되면 서울로 진입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가격 추가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2법으로 지난 4년간 전셋값을 못올린 집주인들이 올 하반기 만기 물량들의 가격을 올릴 것이 유력한 상황"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등 인기지역 물량 공급이 부족한 상황과 맞물려 전셋값 폭등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현실화되면 값싼 금리를 이용한 ‘갭투자’까지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정부의 잇따른 공급정책 실패로 시장에서는 의구심만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공급정책 완성도를 높이면서 과감한 세제해택과 인센티브로 민간투자를 끌어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최근 정부가 임대물량을 늘리기 위해 리츠를 활용한 기업형 임대정책을 들고 왔는데 단기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면 어느 정도 물량이 확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세제 해택 제공만으로는 주택임대 시장으로 섣불리 나서지 않을 수도 있어 현재보다 큰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도 “현재로서는 가계대출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지금처럼 전세대출을 규제하는 것이 맞다”라며 “정부가 최근 내놓은 8·8 공급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발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서울 그린벨트 해제 등 총 8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마련키로 했다. 또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정비사업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빌라 및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11만호 이상 신축을 매입해 5만호는 6년 거주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형태로 공급키로 했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전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우리나의 경우 전체 임대 시장에서 공공임대가 6~7% 정도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공급해야 하는 구조”라며 “다주택자에 집을 사서 전세를 놓아야 하는데 취득세 중과와 양도소득세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에 주택 구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민 신혼부부 청년 등 주거 주거 취약계층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완화하거나 지원하는 쪽으로 핀셋지원을 해 주거복지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주거사다리인 비아파트에 대한 정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최근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터지면서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을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간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했고, 전세보증보험 비율 역시 공시가격의 126%로 고정하면서 빌라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전세사기와 관련된 제도를 개선해 적어도 원래 빌라에 거주하려고 했었던 사람조차도 밀려서 아파트 시장으로 내몰리게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