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하 투시 레이더 상용화··· 보험 규정 등 확립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부지불식간에 지반이 내려앉고 땅 표면에 대형 구멍이나 웅덩이가 발생하는 싱크홀(지반함몰·sinkhole)을 둘러싼 두려움이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2일 학계에 따르면 급속한 도심 개발이 잦은 동남아와 중남미 일대 개도국은 물론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대형 싱크홀 발생 및 피해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산과 바다에 생긴 초거대 싱크홀은 때론 아름다움과 경외심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도심에 생긴 싱크홀은 말 그대로 공포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자연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암석 퇴화 또는 지하수 침식 등에 따른 결과지만, 도심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인위적인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반 약화와 노후 하수관 손상, 무리한 굴착 공사 등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개발과 매설물 노후화로 불가피한 도심 지반 침하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도심 싱크홀 문제에 관심을 갖고 1988년 '지하 매설물 시공 연구회'를 발족해 본격적인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도로 지하 공동 탐사 차량 등 다양한 장비를 개발·운용 중이다.
수도 도쿄도에선 2016년 지반 약화 및 도로 함몰과 관계가 깊은 하수도관 재구축을 위한 5개년 계획인 '도쿄도 하수도사업 경영계획 2016'을 수립해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후반부터 '3차원 지하 투시 이미지 레이더(GPiR)'를 개발해 공사 현장에서 상용화하는 등 장비의 정확성을 높이고 탐사 깊이를 증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내무부 산하 지질조사국(USGS)은 나사(미 항공우주국)와 함께 위성·레이더 등으로 지반 침하의 전조 증상을 탐사하는 작업을 시도했고 지반 침하가 잦은 플로리다주에선 손해보험에 싱크홀 보상 규정 포함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미국 등은 싱크홀 탐사 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제품화 및 상용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장비 개발이 미비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반 탐사 기술을 높이고 싱크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선 국내 기술을 통한 관련 장비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창용·정재형·유완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싱크홀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심지를 중심으로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향후 큰 피해 발생이 가능하다"면서 "도심 공간 부족에 따른 지하공간 개발, 지중 매설물의 노후화, 지하수위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도심 싱크홀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GPR 장비의 경우 대부분 외국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신규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인 일부 지자체에서도 유럽·일본 제품 구입을 검토하는 실정"이라며 "관련 장비의 국내 개발·상용화를 통한 기술 확보 및 외화 유출을 막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