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 밸류체인 구축…한화, 태양광·해양 수직화
HD현대, 수소·SMR 기술투자…두산, 원전 강화 사업재편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미래 청정에너지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AI)발(發)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에너지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HD현대, 두산그룹, 효성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업계는 AI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에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AI 연산의 핵심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은 2022년 기준 460테라와트시(TWh)로 집계됐다. 이는 프랑스(425TWh), 독일(490TWh)의 국가 연간 전력 소모량에 버금간다. 이러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은 2026년에는 62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화석연료에 의존한 에너지 공급만을 늘릴 수도 없는 처지다. 자칫 폭발적으로 늘어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과거의 에너지 공급 방식을 확대했다간 지구 온난화 등 각종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눈여겨보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미 동부 해안의 원전에서 직접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 원전업체 컨스텔레이션에너지와의 계약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청정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통해 에너지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참석주주 85.75% 찬성률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합병법인은 다양한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과 배터리사업에 더해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결합돼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에너지 사업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집중하는 에너지 사업은 수소다. 현대차는 최근 중장기 비전 ‘현대 웨이’를 발표하면서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 전략도 공개했다. 올초 CES2024에서는 수소 밸류체인의 사업 브랜드 ‘HTWO’와 솔루션 HTWO Grid를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에너지 모빌라이저’ 전략에 2024~2033년 10년간 5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한화그룹도 기존의 석유화학에서 태양광, 해양 등 미래 청정에너지 부문으로 영역을 넓히며 에너지 리더십을 다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대대적인 인사와 사업구조 재편으로 그룹의 에너지 사업 역량 제고에 나섰다. 한화오션에 신임 대표에는 그룹 내 최고 에너지 전문가인 김희철 현(現) 한화에너지 및 한화임팩트 대표를 내정했다. 한화파워시스템 신임 대표에는 이구영 전(前)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신임 대표에는 홍정권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전략실장이 내정됐다.
한화그룹은 사업재편을 통해 태양광·해양 부문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한화오션은 풍력발전과 플랜트 사업을 인수해 수소·암모니아 생산-저장-이송 관련 해양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해양신기술 밸류체인' 구축을 가속화한다. 한화솔루션도 ㈜한화 모멘텀 부문의 태양광 장비 사업을 품었다.
HD현대는 수소,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 HD하이드로젠을 140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HD하이드로젠은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 글로벌 리딩기업인 컨비온을 7200만유로(약 1070억원)에 인수했다. 또한 HD현대는 지난 2022년 11월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약 402억원)를 투자해 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개발 업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초 테라파워에 SMR 연구개발팀을 파견하는 등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그룹은 세계적 원자력 발전 호황을 맞아 사업재편으로 원전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회사 두산밥캣 분할로 1조원 수준의 신규 원전 투자여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회사는 향후 5년간 대형원전 10기, SMR 62기 수주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통해 수소 등 미래 청정에너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효성은 최근 효성화학 사업부 매각과 관련 스틱인베스트먼트 및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