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해 뒤처져…인센티브 등 정부 지원 절실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지속가능항공유(SAF) 시대가 열리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의 동·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기존 항공유와 화학적으로 유사하게 제작되지만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량이 최대 80% 적어 항공업계의 핵심적인 탄소감축 방안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가 SAF 상용화를 준비하는 가운데 정유업계에서도 SAF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제항공 탄소감축과 신사업 창출을 위한 SAF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SAF 급유 상용운항 개시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자율적 SAF 사용을 촉진하고, 2027년부터는 국내 출발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1% 내외의 SAF 혼합 급유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SAF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지원, 생산기술 확보, 공급망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들도 SAF 도입계획을 확정했다. EU는 내년부터 관내 27개국 공항에서 항공기 급유를 진행할 경우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혼합하기 시작해 2030년 6%로 높이기로 했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의 100%를 SAF로 대체하기로 했으며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할 방침이다. 여러 국가에서도 SAF 혼합 사용 의무화를 추진하는 만큼 추후 SAF의 시장규모가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발맞춰 그간 관련 법이 없어 샌드박스 등을 이용해 제한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던 국내 정유사들도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은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하기로 헀다. 국내 공항에서 출발 상용운항 정기노선 여객기에 국내 생산 SAF를 공급하는 것은 업계 최초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바이오 원료를 정제설비에서 시범 처리한 데 이어 4월엔 SAF 국제인증을 획득하는 등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CEO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요 증가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SAF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 SAF 공급 및 실증 시범운항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핀란드 네스테에서 공급받은 SAF를 대한항공의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화물기에 급유해 3개월간의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회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26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팜유 정제시설을 건립 중이며 내년 2분기 SAF를 생산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5월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활용한 SAF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6월엔 한국 정유사 최초로 일본 트레이딩 회사인 마루베니에 SAF를 수출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6년 SAF 생산을 목표로 SK울산 콤플렉스(CLX)에 SAF 설비를 조성하고 있다. 연내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한국의 SAF 상용화 속도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속도가 늦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 힘쓰지 않으면 경쟁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국내 SAF 설비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이 확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SAF 관련 투자 시 법인세 3% 감면 혜택을 받고 있으나 이차전지, 수소, 핵발전 등 차세대 에너지원 사업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대기업 기준 최대 15% 세액 공제를 받는 것과 비교해선 부족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시설투자가 적기에 이뤄지기 위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인센티브 상향과 미국ㆍ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생산세액공제와 같은 생산비용 부담완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인센티브와 세액 공제 등 SAF 관련 지원책을 건의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