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매년 0.25%p씩, 50대 1%p씩 인상 조정
가입자·기대수명 따라 '지급액 자동 조정' 검토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정부가 26년간 9%로 유지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상향 조정을 추진한다. 다만 수령 시기와 연령대별 형평성 문제를 감안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제3차 국민연금 심의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4일 발표했다.
이번 개혁안이 국회 특위 등을 거쳐 최종 시행될 경우, 20대는 2040년까지 16년에 걸쳐 보험료율이 한 해 0.25%포인트(p)씩, 30대는 0.33%p씩 12년간, 40대는 0.5%p씩 8년간, 50대 보험료율은 매년 1%p씩 올라 4년 후인 2028년이면 인상이 완료되는 등 차등 상향될 예정이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내년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추게 된다.
보험료율은 가입자의 월 소득(기준소득월액) 중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비율이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평균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로, 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을 의미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로 높게 설계됐지만,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돼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번 개혁안에서 또 하나의 '모수(母數)'로 기금수익률 '1% 제고'도 제시했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높여 2056년인 기금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늦춘다는 복안이다.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면서도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것이다.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p, 20대는 0.25%p씩 인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연금 실수령 연령대에 가까울수록 인상 속도를 높여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차원이지만, 중장년층의 저항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수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는 시점 △기금 감소 5년 전 △기금이 감소하는 시점 등 재정 위험도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지급액은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서만 조정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24국이 도입 중이다.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상한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기대수명 또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다. 다만 현행 법정 정년(60세) 연장 문제를 놓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하위 70%인 노인에게만 지급되는 기초연금도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현재는 33만4810원이다.
군복무·출산 등에 따른 혜택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더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까지만 인정되는 것을 전체 군복무 기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산크레딧은 현재는 둘째 아이부터가 대상이지만, 이를 첫 아이부터로 대상을 넓히는 방안이 논의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연금 개혁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연금특위 등 논의에 적극 참여·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년 법률 개정 및 재정 수반에 따른 예산 확보를 거쳐 2026년부터 시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