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도 내심 불안...野 '사회적 대화' 공세 확대
전공의 90%가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병원마다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민 안전, 건강의 최전선인 응급실부터 파열음이 터져나오면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민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진료체제는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는 입장 이후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전히 의료대란의 책임을 전공의들에게 돌리는 가운데 여당 역시 묵묵부답이다. 의료대란이 국정 최대 위기로 부상한 가운데 야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예결산특위 종합 정책질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시스템이 붕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1만명 가까운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데서 (의료대란이) 출발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불안은 중증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대란에 대한 입장은 실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다르지 않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려움은 있지만 응급진료는 유지가 가능하다"며 "정부는 증원 규모 2000명을 주장하지 않는다.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갖고 오면 얼마든 대화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지난 2일 대통령실의 입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여 나갈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 없이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사고가 늘었다는 주장은 의료진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불필요하게 국민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의 2026년 의대증원 유예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당내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치부한 후 묵묵부답인 상태다. 정작 당 소속 의원들의 불안감은 확산일로다. 지난 29일 국민의힘 워크숍(연찬회) 당시 권성동, 윤한홍 등 강성 친윤 의원들마저 비공개 토론에서 응급실 위기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형편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조규홍 장관의 의료대란 관련 입장을 거론하며 "왜들 이러시나. 정말 너무 막나가는 것 아니냐. 국민은 죽어가는데 국민 생명을 지키라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2000'이라는 숫자 하나에 꽂혀 이 어려운 의료개혁을 쉽게 하려 했던 단순무식한 만용부터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진단히 정확해야 처방이 정확한 것"이라며 "실제로 응급실을 방문해 반나절 정도 계시면서 환자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응급차를 함께 동승하면서 현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은 의료대란을 두고 전방위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의료대란대책특위와 함게 이날 비공개로 고대 안암병원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의료대란이 의사 탓이라니, 그렇다면 민생 파탄은 국민 탓이고 경제위기는 기업 탓이냐"며 "정부가 국민 생명을 걸고 모험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경우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응급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체면을 따지거나 여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을 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야는 물론 의료계,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비상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지난 22대 국회 개원식 당시 "정부, 여당, 정당, 의료관계인, 환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작심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기구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