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입보다는 경력 선호… 인력정체 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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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입보다는 경력 선호… 인력정체 현상 심화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4.09.05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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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신규 채용 9.8% 감소, 반면 50세 이상 채용 54.7% 증가
일부 기업, 30세 미만 직원 30% 이하…50세 이상 30% 넘겨
퇴직연장,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 부추길 수 있어
지난달 인천시청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인천시청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 인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중장년층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회사 떠나지 않으면서 ‘인력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향후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세대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28개사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신규 채용 및 퇴직 인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 인원은 총 16만596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1만717명보다 보다 21.2% 줄고, 2021년의 18만7673명보다도 11.6% 감소 것으로 대기업들의 인력 축소가 점차 심화되는 모양새다.

신규 채용규모 감소에 더해 50대 이상 채용과 퇴직 인원이 줄면서 임직원 구성에서 30세 미만 인원은 줄어들고 50세 이상 근로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20대 신규 채용은 2021년 8만394명에서 지난해 7만2476명으로 9.8%인 7918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원의 채용은 6114명에서 9457명으로 334명 늘어 54.7%의 증가했다.

반면 퇴직을 선택하는 직원 수는 줄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퇴직 인원을 공개한 88개사의 지난해 퇴직률은 6.3%를 기록하며 2022년 대비 1.5%포인트(p) 낮아졌다. 이에 따라 퇴직 인원은 지난해 총 7만1530명으로 전년의 8만8423명보다 19.1% 1만6893명 줄었다.

이 때문에 조사 대상 기업 중 열에 아홉은 30세 미만 직원 비중은 30% 이하였지만 세 곳 중 한 곳은 50세 이상 인원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사회 전반의 고령화에 맞춰 기업에서도 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 더해, 대기업 특유의 연공 중심의 인사체계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발표한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를 보면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인사적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에게 인사적체에 대해 물었을 때 53.7%가 ‘현재 승진지연 등 인사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기업들은 주요 원인으로 ‘사업 및 조직 성장 정체’(40.1%)를 가장 높게 꼽았다. 이어 복수응답으로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30.7%)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27.7%) △인력계획 미비 또는 비효율적 관리(19.7%) △일자리 정책 부응 초과 채용8.8%) 등이 뒤를 이었다.

중장년 세대의 적체가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들 세대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968~1974년 사이에 태어난 50대 초중반 직장인 중 48.2%는 필요한 은퇴자산의 절반 이하를 준비했다고 답했다. 또 병원비·요양비로 지출할 수 있는 목돈이 부족하거나, 전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은 76.8%에 달했다.

이들은 현 직장을 그만둘 경우 당장의 생활비 부족(42.5%)을 가장 많이 염려했고, 다음으로 재취업의 어려움(22.8%)을 걱정하는 비중이 높았다. 재취업 전망에 대해서는 64.0%는 재취업이 잘 안될 것이라고 응답해, 재취업을 자신한 반면 이들(27.9%)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최근 퇴직을 앞둔 한 직장인은 “회사에서 간접적으로 퇴직에 대한 압박을 토로하는 또래 동료들은 많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며 “퇴직 후에 재취업도 쉽지 않고,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아 카페나 편의점 등 자영업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가족을 위해 최대한 버틴다는 생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연금수령에 맞춰 정년연장 필요성 높아지는 가운데 은퇴 임박 세대들의 ‘버티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차후 청년들과의 세대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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