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고시 대표·오너 등에 불똥···자구책多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렸음에도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예년 평균치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오너 일가의 국감장 호출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온열질환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총 13건(사망 1건), 최종 승인 건수는 12건(사망 1건)이다.
이는 앞서 2020년 13건(사망 2건), 2021년 19건(사망 1건), 2022년 23건(사망 5건), 지난해 31건(사망 4건) 등 예년 평균보다 줄어든 수치다.
다만 해당 통계는 근로복지공단에 최초 요양급여 신청 처리일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올해 온열질환 산재 신청·승인 건수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공단에 따르면 온열질환 치료 후인 9~10월에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에선 초여름부터 강도 높은 예방 캠페인을 벌인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조선·철강·화학·건설 등 무더위에 노출된 작업 현장이 많은 기업들은 자체적인 사내 캠페인 등을 강화하고 고용노동부 권고사항에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일례로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는 △점심시간 최대 1시간 연장 △개인 냉방 장비 지급 △제빙기·스폿쿨러(이동식 에어컨) 설치 등을 진행했다.
정유·화학업계 GS칼텍스의 경우, 고열 환경 작업자들에 아이스팩·아이스조끼 등을 지급하고 휴식시간을 추가 제공했다. LG화학은 고령·질환자 등 온열질환 취약군을 중심으로 건강 상태를 중점 확인하고 추가 휴식을 제공한 바 있다.
온열 질환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계에선 전반적인 안전사고 예방 노력과 함께 작업중지권·작업열외권 등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써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 혹서기 기간(건설공사 안전관리 정보망, 6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전국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601건(사망 29건)으로, 작년 동기간 1220건(사망 47건)과 재작년 동기간 1178건(사망 61건) 보다 대폭 줄었다.
산업계 관계자는 "앞서 몇 년간 사망 사고 발생 후 대표는 물론 오너까지 국정감사에 불려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에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업 대표들이 잇달아 구속되는 등 업계에 산업재해 경각심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고를 완전히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사고 발생 후 대표이사나 오너 등에 불똥이 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사전 예방 캠페인 등 회사 자체적인 노력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