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정부가 ‘8.8 공급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이번에는 대출규제라는 칼을 빼 들었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됐고, 금융감독원장의 구두 경고 이후 각 은행 별로 개별적인 대출 억제 대책까지 시행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장대출기한 30년으로 축소하고,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1억원, 신규 마이너스 통장한도는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역시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고, 갭 투자 용도 전세대출 취급을 금지시켰다. 이어 임대인(매수자)이 소유권 이전, 선순위 채권말소 등의 조건이 붙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하고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하는 등 전방위적인 규제를 펼치고 있다.
당연히 실수요자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은행에서 전세대출 자서까지 마쳤음에도 갑자기 대출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가 나왔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1만2000여세대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현장에서는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과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유주택자의 대출을 규제하면서 매매 잔금일과 전세 잔금일이 같은 전세대출까지 막아 발생한 문제다. 은행들은 일반분양자들이 잔금을 치고 등기를 이전한다고 해서 소유권이 새로 바뀌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했지만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감원장이 다시 실수요자들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을 했다고 하지만,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797건으로 2020년 7월 1만1170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5대 시중은행의 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6259억원,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8조9115억원으로 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런 상화에서 집값과 대출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나 급격한 정책의 변화는 시장의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DSR 2단계를 계획처럼 7월에 진행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대출규제는 시작되었고 욕을 먹더라도 집값을 안정시키면 다행인데 과연 잡을 수 있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발표한 가계대출 규제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규제의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라는 다소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여도 시장에 강력한 수요가 존재하면 오히려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많은 수요억제 대책이 나왔음에도 집값이 올랐던 것은 무릎에서 어깨 넘어 올라가는 과정에서 강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리 집값이 여전히 고 평가 상태에서 5월부터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에 갑작스러운 정책방향의 전환 충격까지 더해져 집값하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승세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공은 시장으로 넘어왔다. 추석 이후 집값이 흐름의 향배에 따라 더 강한 규제 몽둥이가 나올지 금리인하라는 달콤한 사탕이 나올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