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제자리 걸음…조규홍·박민수 경질 요구 봇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대란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 내 갈등만 커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불편한 관계가 의료대란을 계기로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의료대란 관련 대통령실과 다른 당내 이견도 속출되는 상황이다.
◆尹 당 일부 만찬…韓 몰랐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한동훈 지도부는 전날 갑작스레 알려진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일부 인사들과의 만찬으로 불편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 등 지도부와 중진 등 4~5명과 만찬을 가졌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장동혁, 진종오, 김종혁 최고위원 등 소위 ‘친한계’ 인사들은 이 만찬 자체에 대해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수도권 중진 의원이 '번개'를 요청해 몇몇 의원들과 2시간 정도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은 비공개로 의원뿐 아니라 지자체장, 정치인들과 모임을 자주하며 민심 청취 등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대통령의 만찬은 '민생'을 이유로 추석 이후 시점으로 연기됐다.
한동훈 대표가 정국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의료대란과 관련 2026년 의대증원 유예를 주장하자 대통령실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8일 만찬에서도 의료대란은 주된 소재였다.
인요한 최고위원이 의료개혁과 관련해 상세한 의료계 상황을 말했고 윤 대통령이 "응급의료진에 대한 보상체계가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인 최고위원은 최근 '수술청탁'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여야의정' 제자리…당내 이견만 노출
최근 의료대란 수습 과정에서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대통령실이 받아든 모양새다. 정작 의료계의 거부로 협의체는 출범도 못한 상황이지만 대통령실은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종전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의료계가 당장 2025학년도 의대증원의 원점 재검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박민수 차관의 경질을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내년도 의대증원 강행, 해당 인사 경질 불가 입장으로 못박은 상황에서 한동훈 대표도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외 별다른 이견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추석 민심을 둘러싼 당내 불안은 확산일로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5년도 의대증원을 1년 유예하고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2026년 이후 증원 규모를 결정하자고 올해 초부터 제안했다"며 "정부가 받아들였으면 지금 혼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요구대로 당장 내년도 의대증원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 김종혁 최고위원 등이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오세훈 시장은 CBS '김현정 뉴스쇼'에서 "차관님 정도는 스스로 좀 고민을 하는 것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의사협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오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차관은 '환자가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발언으로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증 환자의 경우 응급실 이용을 자제하라는 취지다. 김재섭 의원도 "의사협회, 전공의 단체는 감정적으로 상처를 너무 많이 입은 상황이다. 특히 그 안에서도 가장 뇌관이 되는 분이 박 차관"이라고 경질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