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해력 논란 세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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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해력 논란 세대 차이(?)
  • 김철홍 자유기고가
  • 승인 2024.09.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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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매일일보  |  며칠 전 유튜브 채널에서 “결혼식 축사에서 축사를 ‘소 키우는 곳’으로 이해한 유튜버”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도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글자를 읽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저하’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사흘 간 연휴’면 ‘4일 쉬는 것인가?’”, “‘추후 공고’를 ‘추후 공업고등학교’가 어디냐?’, “‘모집인원 0명’이라는 취업공고를 ‘왜 사람을 한 명도 안 뽑으면서 공고’를 냈느냐?”, “‘소풍 가서 중식 제공’한다니까 ‘우리애는 한식으로 해 주세요’”, “‘우천 시 OO로 장소 변경’을 ‘우천시로 가면 되나요?’”, “‘오늘’을 뜻하는 ‘금일(今日)’이 ‘금요일’아니냐”

이렇게 이해하는 초·중·고생 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문해력 부족의 심각성을 몇 년 전부터 유네스코가 정한 9월 8일 ‘세계 문해의 날’이나 10월 9일 ‘한글날’을 전후해 언론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문해력 논란은 금방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인의 문해력 부족 예시와 함께 누리꾼들의 반응을 언급하다 보니 인터넷에는 EBS 등에서 제공하는 ‘문해력 테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평생교육법에서도 ‘문해’는 문자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성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문자해득 능력을 포함한 사회적·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으로 정의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성인 중 초등 또는 중학교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성인은 20.2%로, 약 89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5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이 가운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은 4.5%로, 200만 명 정도가 여기에 포함된다.

‘문해력’을 독해력, 작문력, 어휘력, 비판적 사고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고 단순히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 외에도 잃은 것을 다른 것과 연계시키는 능력, 중요한 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정보들을 연결해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 문해력 연구자는 “문해력은 ‘문자를 중심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독해력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길 제안하면서 한국은 대학 입시나 상급학교 진학이 중요한 사회다 보니 문해력을 학습의 측면에서만 생각하는데 “문해력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세금 환급 등 기본적인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 인권이 문해력”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들어 문해력은 손쉽게 어휘력으로 치환되는데, 일선에서 학생들을 접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이 유튜브 영상이나 사진 형식의 미디어를 주로 접하다 보니 문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에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상이 변하듯 ‘말’도 변한다. 사회나 학교에서는 젊은 세대의 언어생활을 문제 삼지만, ‘문해력 논란’이 아닌 ‘언어 교체’에 따른 현상으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걱정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을 걱정하는 것은 학교에서 교과서를 중심으로 정형화된 틀, 어른들이 기대하는 어휘력 등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안 쓰던 맥락에 들어가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기성세대가 온라인 같은 데서 젊은이들의 문해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들은 획일적이고 표준적인 면보다 다양한 방면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중요시하다 보니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김철홍 자유기고가(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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