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건설경기 부진에 대규모 재고 수출 영향
철강업계, 올 하반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톤(t)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선물 10월물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한때 전장보다 2.3% 내린 89.60달러를 기록했다. 이튿날인 10일 오후에는 0.95%포인트(p) 내린 90.90달러에 거래됐다.
올 초 톤당 140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부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3분의1 이상 하락했다. 업계에선 톤당 100달러를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생산 비용이 판매 비용보다 커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달 조선업계와 상반기 후판가 협상을 가까스로 마치고 곧바로 하반기 협상을 시작한 철강업계는 난감한 상황이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면 철강업계의 협상력이 더욱 약화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불황인 상황에서 후판 가격까지 내려가면 업체들의 어려움을 급격히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반기 협상에서 합의된 조선용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초반대로 90만원 중반대인 지난해 하반기보다 낮아졌다.
철광석 가격 하락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철강 생산량(18억8820만t)의 54%(10억1900만t)를 생산할 만큼 세계 철강산업에서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이런 중국이 건설경기 부진으로 내수 시장에서 수요가 줄자 대규모 재고를 수출하면서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3만톤으로 전년보다 29.2% 늘었고, 중국산 후판 수입도 지난해 112만톤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다.
철강업계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집약도가 높은 제조업에 탄소세를 물리는 미국 청정경쟁법(CCA)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일각에선 CBAM 도입 이후 국내 철강 부문이 감당해야 할 10년간 누적 비용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철강업계의 CBAM 인증서 연간 구매 비용만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0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철강업계는 올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88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할 전망이다. 현대제철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0% 줄어든 1372억원을 기록할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철강업종의 경기전망지수(BSI)는 79로 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지표화한 수치로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